" 오! 수정" 은 특이한 작품이다. 30년만에 처음으로 흑백 영화를 시도한 것이라든지 씨퀀스마다 소제목을 붙인 것이 그것이다. 인물들의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감독 특유의 언어감각이 돋보이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영화의 '일차적인' 서사는 부잣집 남자 재훈과 구성작가인 수정 그리고 유부남 피디인 영수의 삼각 관계를 축으로 하되, 이를 재훈과 수정의 기억을 통해 재구성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제시된다. 세분화하면 1부는 재훈의 기억을, 2부는 수정의 기억을, 그리고 3부는 두 남녀간의 드디어 섹스를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1,2 부는 각각 3부의 섹스 장면 직전에서 시작되었다가 다시 돌아가 두 남녀간의 첫 만남을 보여주고 3부의 직전에서 끝난다. 말하자면 대칭적 구조인 것이다. '기억을 통한 경험의 재구성'에 착안한 이 특이한 양식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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