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과 김수영의 ‘사랑의 시’ 형식 연구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문학연구학회
· 수록지 정보 : 현대문학의 연구 / 27호 / 323 ~ 346페이지
· 저자명 : 이민호

초록

한용운과 김수영을 연결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그러나 이 두 시인의 시에서 사랑의 개념은 불확정적이다. 이러한 불확정성은 이들 시의 ‘초월적 논리 구조’에서 비롯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고는 이들의 시를 환타지의 한 형식으로 이해하였다. 이때 이들의 시가 보이는 불확정적 기표는 환타지적 기의와 이데올로기적 기의가 비늘구조를 이루면서 의미를 생산하고 있다.
한용운 시의 시편들은 ‘임의 부재’를 기표로 하고 있다. 이 부재하는 존재의 존재성은 불확정적이다. 그래서 그 공백 속에 떠도는 사랑의 노래는 임의 존재에 대한 환타지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임의 존재를 확신하고 임을 절대화하면 할수록 자아의 정체성은 공고하게 자리잡게 된다는 기의를 동반하고 있다. 이러한 자아의 절대화, 혹은 이상화(idealisation)는 자기애(self-love)의 나르시시즘이다. 여기에 낭만적 사랑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대상과 하나가 된 자아는 높이 받들어져 초월적 존재로까지 승화된다. 비로소 신비화된 낭만적 사랑의 환타지가 완성된 것이다.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한용운의 사랑의 시는 3.1운동의 ‘민족적 자각, 자기애, 자기 정체성 확인, 열등감의 극복’이라는 내면성을 각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1운동의 미완의 운동성은 고백 후의 침묵이라는 시집《님의 침묵》과 구조의 상동성을 보이고 있다. 자기연민과 자기혐오는 침묵하는 임을 거부하는 동시에 공격적인 자기 확언으로 바뀐 것처럼, 식민지 민중의 위기의식과 열등감을 탈식민지적인 욕망으로 이데올로기화 한다.
김수영의 시는 정전(canon)에 대한 변주(version)를 기표로 하고 있다. 이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욕망이 중심적 가치의 부정과 장르의식의 붕괴를 가지고 왔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정전에 대한 환타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주체를 상실시켜 객체화하는 것으로 주체의 완전한 희생 또는 부정(不定)이므로 자아를 대상과 동일시하면서 갖게 되는 환상 혹은 대상애(object-love)적인 환상이다. 그래서 사랑의 변주(version)는 대상에 대한 일종의 섹슈얼리티(sexuality)로서 성적 욕망으로 나타난다.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김수영 시의 사랑의 형식은 ‘정의로운 평화와 행복’이라는 4.19의 민주적 이상을 각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4.19이후 시민사회의 정전과도 같은 ‘자유’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 속에 펼쳐지는 잡다한 담론들을 수렴하는 탈근대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두 시인은 모두 자기 분열을 극복하고 한계를 넘어 가는 상상력을 사랑의 힘에서 찾고 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