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관점에서 바라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염우부(鹽雨賦)〉 (Dasan Jeong Yak Yong’s Yeomubu(鹽雨賦) from the Perspective of Disaster)

서지정보

· 발행기관 :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 수록지 정보 : 민족문화연구 / 102호 / 299 ~ 326페이지
· 저자명 : 김은미

초록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1810년 7월 28일 강진(康津)에 상륙한 태풍과 그로 인한 염해를 경험하고 이를 〈염우부(鹽雨賦)〉로 남겼다. 다산이 남긴 두 편의 부(賦) 가운데 한 편인 〈염우부〉는 재난 경험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산은 사실적인 표현과 구체적 기술로 재난 상황과 피해 내용을 제시하였다. 그 중 염해 입은 식물을 일일이 열거하는 기술 방식은 사실상 부(賦)의 전통에 기댄 것인데, 이런 기술 방식은 다산의 ‘물명고(物名攷)’류에서도 확인되는 것으로, 당대 박학(博學)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술은, 재난 현장의 급박함을 생각할 때는 현장성을 약화시킨다고 볼 수도 있다. 재해의 위력을 기술하면서 다른 작품의 표현을 가져오는 것 역시 현장성이 소거된 것이라 하겠다.
이런 비현장적 기술은 다산이 인식한 재난의 성격 때문이었다. 다산은 태풍과 염해 같은 재난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산의 시대에는 이미 재이론이 설명력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다산 자신도 자연과학적 지식 배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태풍과 염해라는 재난 앞에서 다산은 자성(自省)과 권선징악이라는 도덕적 결론에 이른다. 인간의 도덕적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재난의 성격에 대한 다산의 인식은 『목민심서』에서 이런 종류의 재난은 다루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재난의 성격에 대한 이런 인식 때문에 다산은 현장성을 약화하는 비현장적 기술을 보이는 한편 물리적 현상으로부터 관념적이고 도덕적인 결론으로 귀결하는 것이다.
재난의 관점에서 보자면, 〈염우부〉는 부의 전통과 함께, 18, 19세기 박학의 기풍이 반영되어 있는 작품이자, 자연 재해로 인한 재난 상황에는 여전히 무력한 당대 지식인의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면서, 그런 한계를 인식한 속에서도 인간의 도덕적 자각과 실천이 인간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정약용의 모습이 확인되는 작품이라 하겠다.

영어초록

After intimately experiencing a typhoon and its subsequent salt damage in Gangjin on July 28, 1810, Dasan Jeong Yak Yong recorded his experience of that day in his work, Yeomubu(鹽雨賦). Among the two “Bu(賦)” left by Dasan, Yeomubu(鹽雨賦) can be considered as a literary work that depicts the experience of disaster.
Dasan presented the situation of disaster and details of the damage through realistic expressions and specific descriptions. Among them, the technique of enumerating each salt-damaged plant is essentially based on the tradition of “Bu”. This technique is also confirmed in Dasan’s works of ‘Mulmyeonggo(物名攷)’ style, reflecting the atmosphere of encyclopedic knowledge of that time.
However, such descriptions could be seen as detached from the scene when considering the urgency of a disaster scene. While describing the power of a disaster, the act of bringing expressions from other works could also be viewed as a reduction in authenticity.
Such descriptive problems were due to Dasan’s perception of the nature of disasters. He considered disasters like typhoons and salt damage to be beyond human control. In Dasan’s era, the theory of portents(災異論) was already losing its explanatory power, and while Dasan himself had a background in natural scientific knowledge, and yet, he reached a moral conclusion. He emphasized the moral practice of humans, calling for self-reflection and promoting virtue and punishing vice. Dasan’s understanding of the nature of disasters can also be confirmed through the fact that he does not discuss these types of disasters in the Mokminsimseo(牧民心書). Due to such perception of the nature of disasters, Dasan demonstrates an approach of description detached from the scene that diminishes the practicality, and he draws a conceptual and moral conclusion from the physical phenomena.
From the perspective of disaster, Yeomubu is a work reflecting the style of encyclopedic knowledge of the 18th and 19th centuries, a work showing the limitations of intellectuals of the time who are still powerless in disaster situations caused by natural disasters, and yet recognizing such limitations. It is a work in which Jeong Yak Yong’s belief that human moral awareness and practice can bring about at least some change in human life is confirmed.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