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따사르 그라시안의 바로크 미학과 아포리즘 연구 (La estética barroca y aforismo de Baltasar Gracián, 'Oráculo Manual')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문학연구소
· 수록지 정보 : 외국문학연구 / 7호 / 133 ~ 152페이지
· 저자명 : 신정환

초록

어느 사회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나름대로의 지혜를 간직하고 있고 이 지혜는 민중 속에 흔히 속담, 격언, 금언, 잠언 등의 형태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굳이 번역하자면 경구문학(警句文學)이라 옮길 수 있는 아포리즘 aforismo은 그러한 지혜의 한 표현으로서 매우 간결한 문구를 통해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진리와 진실을 압축 전달하는 문학의 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포리즘은 그 어떤 문학장르보다도 민중적 삶의 철학과 세계관을 농축해서 보여주는 귀중한 보고가 된다.
그러나 원래 아포리즘이 유래된 것은 문학이 아니라 의학 분야에서였으며 그 의미도 보다 전문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즉 아포리즘이란 일반적으로 진리로 인식되고 있는 교의나 원리를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는 글로서 의학, 농업, 의학, 법학 그리고 정치학 등과 같은 분야에서 먼저 이용되었다. 이 용어가 최초로 사용된 것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아포리즘』에서이다. 이 책은 질병의 증상과 진단 그리고 치료기술을 다룬 것인데 그 서문을 보면 “인생은 짧고 예술(기술)은 길다 La vida es corta; el arte es largo”라는 잘 알려진 최초의 아포리즘이 등장한다. 잘 알려진 중세의 아포리즘 모음은 1066년, 역시 유명한 의사였던 요하네스 데 메디타노 Joannes de Meditano에 의해 라틴어로 작성되었으며 살레르노 Salerno 의학파를 형성시켰다. 또 다른 아포리즘 모음 역시 의학에 관련되어 있고 라틴어로 쓰여진 것으로서 1709년 헤르만 보어하브 Hermann Boerhaave에 의해 라이덴에서 출판된 것이다. 이 책은 당시 유행 중이던 의학 지식을 간추려 놓은 것으로 의학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커다란 흥미를 유발시켰다.
아포리즘이란 용어는 그 뒤로 점차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어 결국 일반적으로 진리라고 인정되는 모든 진술을 뜻하게 되었고 경구(警句) maxim와 거의 동의어로 쓰이기에 이르렀다. 특히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아포리즘 작가들은 다른 장르의 작가들과는 달리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진리를 간결한 형태를 통해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는다. 따라서 아포리즘으로 인정되려면 일반적으로 심오한 관찰, 명확한 표현, 날카로운 기지 그리고 긍정적 도덕관이 깔려 있어야 한다.
아포리즘은 현대문학에서도 여전히 그 진가를 인정받고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위대한 시인인 르네 샤 René Char(1907～1988)는 그가 가장 찬양하였던 그리스 철학가, 헤라클리투스의 영향을 받아 이 정제된 형태의 장르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프랑스 작가들인 알베르 까뮈와 앙드레 말로도 여러 소설들 속에서 삶의 여러 상황이나 경험을 압축하고 있는 아포리즘을 즐겨 구사하였다. 대체로 프랑스 소설은 18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도록 파스칼, 로슈푸코 La Rochefoucauld 그리고 라 브뤼에르 La Bruyère 등의 17세기 도덕가들이 남겨놓은 불멸의 경구들을 끊임없이 인용하고 있다. 이들은 간결하고 날카로운 형태로 지혜를 압축해 놓은 아포리즘의 매력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포리즘이라는 장르는 내용의 심오함과 형태의 간결함을 조화시키면서 완벽한 모습을 갖추는데 특히 니체가 존경하였던 17～18세기의 프랑스 도덕가들에 의해 잘 쓰여졌다. 이들은 앞서 말한 파스칼과 로슈푸코 이외에도, 죠셉 쥬베르 Joseph Joubert(1754～1824)와 쇼펜하워에 의해 자주 인용되던 세바스티안 샹포르 Sébastien Chamfort (1740～1794) 등이다. 아포리즘은 오랜 경험과 도덕적 충고의 전달에 있어서 시보다 더 경제적이었다. 단 몇 줄의, 혹은 몇 개의 단어로써 그것은 장편소설의 전체 플롯을 포괄할 수 있으며 보통의 서술로는 금방 잊혀져버릴 내용을 짧은 문장을 통해 전달하면서 오히려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17세기 스페인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성직자였던 발따사르 그라시안 Baltasar Gracián(1601～1658)은 소설과 시론 이외에도 아포리즘 모음집인 『수신 규범 Oráculo Manual』을 써서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로슈푸코는 이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후 자신의 책을 쓰기 위해 응용하였으며, 쇼펜하워는 이 책을 독일어로 번역하였을 뿐만 아니라 평생 가까이 두고 그 내용을 음미하였다. 그러나 이 글은 그라시안의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적 측면보다는 문학 텍스트로서의 아포리즘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속성을 분석해 보고, 나아가 이것이 바로크 시학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살펴보는데 목적이 있다.

영어초록

El aforismo es un tipo de género literario que expresa la sabiduría universal de manera lacónica. El aforismo se basa en la observación profunda, la expresión clara, la agudeza ingeniosa y la moralidad positiva. Baltasar Gracián, escritor jesuita del siglo XVII nos dejó Oráculo Manual, colección de 300 aforismos que causó gran repercusión por toda Europa. Este estudio tiene fin de analizar la característica del aforismo como texto literario y de averiguar su relación con la estética barroca. Como es sabido, el aforismo es un género que ha existido en todas las épocas y culturas pero fue en el Siglo de Oro de España cuando vio su florecimiento. Este tiene un sentido sociológico en relación con su situación histórica. Es decir, el aforismo ofreció un arte de sobrevivir a la gente de esa época decadente e insoportable.
Baltasar Gracián anatomiza los defectos del hombre que ponen obstáculo en la carrera hacia la vida virtuosa y moral, basado en la reflexión profunda de la naturaleza del ser humano. Es el aforismo que toma como vehículo de su expresión para dejar una lección didáctica de modo impresionante. Oráculo Manual, texto español más traducido en aquel entonces después de Don Quijote tiene unas características muy actuales. En primer lugar, esta obra es un ejemplo de la intertextualidad. La mayor parte de la obra es una cita o parodia tanto de las obras anteriores de Gracián como de los clásicos tales como Séneca, Platon, Plinio, Aristoteles, Quintiliano, Horacio, etc. de modo que se trata de la síntesis universal de la sabiduría. El escritor dice que todo el saber humano se reduce al acierto de una sabia elección y que poco o nada se inventa. Según Gracián, ellos ya están a los fines de los siglos y todo es repetir. Es una conciencia de que vive una época de agotamiento en que nada hay nuevo bajo el cielo.
La intertextualidad nos conduce a otros temas muy importantes, el centro vacío, la muerte del autor y la participación del lector. No existe el verdadero autor del texto donde se juegan innumerables textos, lo cual causa la lectura activa de los lectores. Por otro lado, el estilo conceptista de Gracián con el conceptismo, cultismo, elipsis, paradoja, oxímoron, etc. es otro motivo del placer de la lectura elitista. Dicha modernidad estética del aforismo graciano, sin embargo, no deja el campo semántico totalmente libre porque su obra es una literatura didáctica que impone la perfección moral de la sociedad. Dicho de otro modo, el aforismo de Gracián se reduce a un sentido final, igual que otros textos barrocos como “arte para persuadir”. En este sentido, el aforismo tiene mucho que ver con el concepto que abre la totalidad del mundo.
Como es sabido, el concepto es un acto de entendimiento, que exprime la correspondencia que se halla entre los objectos. La función cognoscitiva del concepto se basa en la imaginación poética como una chispa desligada del proceso lógico. El aforismo, de igual modo, nos pide captar el mensaje del escritor de modo totalizador e ilógico, de manera que el concepto será una base del pensamiento filosófico de Gracián.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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