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춘화에 나타나는 성묘사(性描寫)의 이면(裏面)

서지정보

· 발행기관 : 우리어문학회
· 수록지 정보 : 우리어문연구 / 28호 / 159 ~ 192페이지
· 저자명 : 서유석

초록

본 연구는 조선 후기 판소리와 춘화에 나타나는 성묘사의 공통점과 변화 양상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판소리와 춘화에 나타나는 성묘사의 숨어 있는 의미를 검토해 보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판소리와 춘화는 공식구나 비슷한 도상을 통해 작품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판소리는 공식구를 통한 사설의 구성 원리를 가지고 있으며, 춘화는 공식화된 도상을 통해 재생산된다. 이러한 공통점이 드러나는 이유는 조선 후기 문예 부흥기에 동시 발생한 두 예술 갈래가 당대의 첨예한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며, 판소리와 춘화가 독립된 예술 갈래로 자리 잡으면서, 수용자에게 익숙한 내용을 통해 대중화를 꾀하는 방법이 동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판소리와 춘화에 나타나는 성묘사는 자연물에 상징적 의미를 포함시키는 비유적 표현을 통해 높은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상에 따라 은근한 성묘사가 직설적인 성묘사로 바뀌어가면서 판소리와 춘화의 성묘사 모두 기존의 품격을 조금씩 잃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접적인 묘사는 성에 대한 당대의 금기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기능도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판소리와 춘화의 성묘사는 당대 사회 이념과 질서가 금기시하던 것을 담론화, 혹은 공론화시킴으로서 기존 사회 이념과 질서의 문제점을 공박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성묘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풍자와 비판의 성격은 후대로 갈수록 그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새로운 이념과 사회 질서를 예비할 수는 없도록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하지만 본 연구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판소리나 춘화에서 성이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성을 묘사함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판소리와 춘화에 등장하는 성묘사는 그 시대나 향유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을 수 있다. 즉 판소리와 춘화의 금기된 성묘사가 당대의 모순된 사회이념을 풍자하는 역할을 담당했을 수도 있겠지만, 성묘사 자체가 조선 후기에도 하나의 외설물로 폄하되었을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