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적 탁월함의 양면성 - 『오뒷세이아』 11권 <영웅들의 목록>을 중심으로 - (The Ambiguity of Heroic Excellence : A Study of the Catalogue of Heroes in Odyssey XI)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서양고전학회
· 수록지 정보 : 서양고전학연구 / 61권 / 2호 / 1 ~ 28페이지
· 저자명 : 김준서

초록

이 논문은 『오뒷세이아』 11권을 마무리하는 <영웅들의 목록>이 그리스 신화 속 전통적인 영웅상에 내재한 양가성을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영웅들의 목록>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전설적인 인물들 중 “세 명의 죄인”이라는 통칭으로 묶이는 티튀오스와 탄탈로스, 그리고 시쉬포스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혹독한 형벌을 받고 있는데, 이들의 범죄행위는 상고기 그리스 세계관을 지탱하는 기반이자 토대인 ‘신-인간-짐승’이라는 존재론적 삼분구도를 무너뜨리는 전복적인 행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때문에 많은 호메로스 연구자들이 『오뒷세이아』의 이 장면으로부터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구분과 그에 따른 처벌이라는 일종의 인과응보/권선징악의 도덕률을 찾아내려 했는데, 이는 주로 “세 명의 죄인”과 <영웅들의 목록> 속 나머지 등장인물들인 미노스/오리온/헤라클레스와의 대비를 강조하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세 명의 죄인”을 넘어서 <영웅들의 목록>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신화 속 인물들은 모두 ‘신과 인간 그리고 짐승 사이에 놓인 경계 위반’이라는 주제를 통해 하나로 묶일 수 있다. 이 주제는 그리스 신화를 관통하는 주도적인 모티프로, 그 주역인 영웅이 지니고 있는 존재론적 특수성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영웅을 범인으로부터 차별화시켜주는 동시에 그 위대함의 토대가 되는 초인적인 탁월함은 역설적으로 신의 영역을 침범함으로써 발생하는 불경함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영웅들의 목록>은 그리스 신화의 지배적 모티프인 ‘신-인간-짐승’의 존재론적 삼분구도에 내재된 위태로움, 그리고 영웅이라는 존재의 양가성과 영웅적 위대함 속에 숨겨진 영광과 파멸 사이에서 표류하는 모호성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미노스/오리온/헤라클레스로부터 어떤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해도, 그와 같은 긍정적 측면은 “세 명의 죄인”과의 동질성 속에서 그들이 발산하는 강력한 부정성에 의해 잠식당하게 된다. <영웅들의 목록> 대미를 장식하는 헤라클레스의 수대(baldric)에 대한 묘사와 그에 대한 오뒷세우스의 반응은 헤라클레스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영웅상과 그 위대함을 묘사하는 방식에 대한 『오뒷세이아』의 비판적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어초록

This paper attempts to show that the Catalogue of Heroes in Odyssey XI serves to criticize the ambivalent characterization of the heroes in the ancient Greek myth. Of the legendary personae in the Catalogue of Heroes, the “Three Penitents”—Tityus, Tantalus, and Sisyphus—are suffering from the brutal punishment for their crimes. What they committed is of the same kind, in that they tried not only to threaten but also to subvert the tripartite schema—’gods-men-beasts’—which underlies the cosmic order in the ancient Greek world. This feature has motivated Homeric scholars to find a sort of ‘theology’ in the Catalogue of Heroes, and the main methodology in this line of interpretation is to bring to the fore the contrast between the “Three Penitents” and the rest of the characters—Minos, Orion, and Herakles. Considering their mythical backgrounds, however, the rest three figures are not free from the same charge as the “Three Penitents” endure, since Minos, Orion, and Herakles are altogether involved with the transgression of the boundaries between gods, men, and beasts. This theme of transgression is not only a leitmotif in the ancient Greek myth but also indispensable to the understanding of the principal figures in the ancient Greek myth, i.e. heroes; the heroic excellence which distinguishes them from the mediocre beings and confers immortal glories on them, ironically, results in arrogance and impiety which drive the heroes to catastrophe. It is this precarious ambivalence of heroic greatness that the poet of the Odyssey scrutinizes in the Catalogue of Heroes. In the same vein, Odysseus’ reaction to Herakles’ baldric is a critique of the ambiguous characterization of the heroes in the ancient Greek myth; a marvellous creation, but an emblem of horror, never to be repeated.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