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 생각, 내 마음 그리고 자연의 빛:근대인 데까르뜨의 자화상 그리기

서지정보

· 발행기관 : 새한철학회
· 수록지 정보 : 철학논총 / 4권 / 38호
· 저자명 : 이경희

초록

데까르뜨는 17세기 서양 근대가 보여줄 새로운 인간 유형 즉 개인의 출현을 선언한다. 그는 ‘나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함으로써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던 그 보편적 인간 일반에 대한 물음을 대체한다. 나아가 개인으로서의 ‘나’를 철저히 생각하는 자아로 규정하고 영혼이나 정신을 그 생각하는 자아를 지시하기 위한 용어로 선택함으로써 이성적 동물로서 유기체적인 통일적 관점에서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추구했던 전래의 인간 해석 역시 변경시켰다.데까르뜨는 확실한 지식을 위해 관습이나 전례의 힘보다는 개인의 본유적인 추론 능력에 귀를 기울였다.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데까르뜨에게 있어 ‘이성의 빛’ 또는 ‘자연의 빛’이다. 그런데 이런 자연의 빛에 의해 알려지는 모든 것은 육체나 또는 육체와 정신의 복합체가 아니라 정신 하나에만 속한다. 그리고 정신은 지성과 의지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자연의 빛이 지성 또는 의지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하는 것이다. 수동적인 지성 또는 능동적인 의지라는 좁은 구별에 의존해 자연의 빛을 다만 인식 능력 정도라는 해석에 매일 경우 근대적 개인의 함의를 협소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데까르뜨에게 참(true)의 기준은 명석 판명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확실한 객관적 진리들을 지각할 때 우리의 지각은 투명한 확실성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참이라는 인식은 오직 의지가 동의할 때만 생긴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의 빛이 아주 밀접하게 의지의 작용과 묶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성이 명석하고 판명하게 지각할 때 의지는 스스로 그 명제가 참되다는 것을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끼게 되며 이 때 데까르뜨는 자연의 빛이 비추었다고 말한다.근대적 가치의 정점에 서 있는 데까르뜨의 개인 속에서 우리는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의지와 필연적인 객관적 진리의 세계가 충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읽는다. 자유로운 의지와 명석 판명한 진리는 자연의 빛 아래서 공존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데까르뜨적 개인을 일부 편협한 나르시시스트적 주체로 과잉 오독하는 태도를 재고하고 근대적 개인의 원형 속에서 건전한 현대성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