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스페인 유대인의 개종과 정체성의 문제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호남사학회
· 수록지 정보 : 역사학연구 / 31호 / 101 ~ 124페이지
· 저자명 : 서영건

초록

중세 스페인 유대인의 개종과 정체성의 문제

유대인들은 개종과 세례를 통해 과거의 차별적인 사회적 장애를 극복하고 완전한 기독교인으로 인정받았다. 기독교 교의에서 세례는 근본적인 기독교적 실존으로의 변화를 수반하는 관문이었다. 확실히 이 점은 중세 인종주의적 인식을 배제할 수 있는 핵심사항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개종자인가, 아니면 언제든 과거의 신앙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사이비 개종자인가 하는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개종자들의 신앙적 진정성을 바라보는 기독교인들의 시각은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기독교인들은 심지어 세례조차도 유대적 정체성을 지울 수 없다는 의혹을 품었는데, 유대인들의 육체적 장애라는 생물학적인 차원과 정신적인 비정상성은 개종과 세례를 통해서도 극복될 수 없는 유대성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었다. 개종자의 영적인 동일화와 통합 과정의 완성인 구기독교인들의 친족 집단으로의 진입이 용이하지 못해 개종자들은 결국 기독교 신앙 공동체의 일원으로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다. 이들은 여전히 유대적 정체성을 유지한 존재로 인식되어 기독교 신앙 공동체의 진정한 일원이 되지 못한 채 점차 ‘신기독교인’이라는 새로운 집단으로 주변화되었다. 이는 중세 스페인의 반유대주의가 단순히 종교적·신학적 차원 이상의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이 시기에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감성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으며, 중세 스페인에서 종족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혈통과 육체 등도 관습, 언어와 법 등 가변적인 문화적 구성물 못지 않게 본질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