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주희를 비롯한 송대 성리학자들이 상정한 리 개념인 무정의(無情意), 무조작(無造作), 무계탁(無計度)등의 일반적인 규정을 넘어서 이황 철학의 독특성으로 평가받고 있는 ‘리동설(理動說)’, ‘리발설(理發說)’에 따른 리의 능동적인 자발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전개하였다.
이황은 리의 능동성과 작용성을 강조하여 리에 대해 직접 작위‧ 운동성까지 인정하였고, 리의 작용인 리발(理發)과 리자도(理自到)가 가능하다고 하여 ‘리기호발’을 강조한다. 그 결과 주리와 주기를 통한 리발‧ 기발의 관점에 기초하여, 사단과 칠정, 본연성과 기질성, 인심과 도심을 구분하여 설명한다.
이러한 이황의 사상은 심성론으로는 ‘리존기천(理尊氣賤)’의 사상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리존의 가치적 입장에 따라 ‘절대선(絶對善)’을 지향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존재론에서는 주리를 주장하는 리기론으로, 가치론에서는 가치지향성을 강하게 나타내는 수양론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황의 리기호발에 근거한 주리적 가치관은 도덕주체로서 인간 심성의 ‘순선(純善)’함을 강조함으로써 ‘거경궁리(居敬窮理)’를 바탕으로 한 수양, 즉 실천과 표리관계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황 철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인간 내면의 본연성, 즉 그 본성의 ‘至善’함을 자각하고, 그 결과 인간의 심성수양 및 행위를 ‘天人合一’의 경지로 고양시키기 위한 철학적 정당성을 밝히는 데 있다.
이황은 인간을 하늘과 분리된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하늘의 이법인 天理를 生來的으로 具有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황의 관점에서 보면 천인합일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이 됨과 동시에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제거하는 일은 피동적인 일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내면의 본래성을 자각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능동적인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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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의 경우 우주론에서 리의 활동에 관한 입장이 심성론에서 연결되는 점 역시 주희를 계승한다. 이황은 리기 존재론에서 리의 활동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함으로써 리동설을 주장하였지만, 이는 주희의 태극론에서 이미 발아된 논의였다.
또한 리의 자기운동을 긍정하는 데는 이론에 선행하는 실천적 관점 내지 가치관적 발상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완전자로서의 리는 기보다 앞서 존재하는 실체일 뿐 아니라 기에 의존하지 않는 자기운동의 주체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좀 더 첨언하자면 리가 자발적 활동의 기능을 가지지 않았을 경우보다 가졌을 경우에 더욱 완전하고 절대적 존재가 된다고 이황은 상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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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인격성의 존엄이 담지 된다. 따라서 그가 理尊의 사유에 따른, 주리를 강조하는 것은 곧 인간 존엄의 의미가 깔려 있는 것이다. 리의 인식, 리의 실천은 곧 인간 자아의 인식이며, 인간성의 실현을 의미한다. 사람다움의 실현이 곧 이황 철학의 궁극적 지향점이었고, 그것은 다름 아닌 ‘주리’로 표현되었다.
이처럼 이황의 주리론은 인간중심의 지평 위에 세워진 철학이며, 윤리적 가치를 최선으로 삼는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천리를 지닌 존엄한 인간의 가치를 가장 귀하게 여기고, 인간은 그 리를 인식하고 실천함으로써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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