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중독과 은혜
1.1. 욕구와 중독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사랑에 관한 욕구이다. 그런데 사람은 죄로 인해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상태 가운데 있다. 심리학적으로 그 원인은 억압과 중독에 있다.
억압은 사랑이 우리를 상처받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는 이유로 사랑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하나님과의 관계, 인간 사이에서의 관계가 우리의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욕구의 억압으로 드러난다.
반면 중독은 욕구에 집착하며 욕구의 에너지를 특정한 행위나 물건, 사람에게 속박시켜 대상을 노예로 만든다. 이 집착의 대상들은 마음을 빼앗고 강박 관념이 되어 삶을 지배하게 된다. 중독은 사랑에 대한 진실한 에너지를 빗나가게 만든다. 욕구의 에너지가 특정한 대상이나 사람에게 고착되는 과정에서 집착이 일어난다. 집착은 욕구를 사로잡아 중독 상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1.2. 중독의 특성
중독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중독은 내성, 금단증상, 자기 기만, 의지력 상실, 주의력 왜곡이라는 다섯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내성은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중독된 행위나 집착 대상을 점점 더 필요로 하게 되거나 항상 원하게 되는 현상이다"". 금단증상은 중독된 행동을 중단시키면 스트레스 반응과 반동 또는 역행이 나타난다"".
자기 기만은 중독된 행동들을 지속시키기 위해 마음이 발휘하는 부정, 합리화, 대체 등의 방어기제와 다른 방법들을 양산해내는 것이다"". 의지력 상실은 중독행동의 제어를 시도하지만 실패하기 쉬운 것이다"". 주의력 왜곡은 "궁극적 관심의 왜곡"으로 하나님이 아닌 다른 대상을 숭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독의 특성들은 소유, 권력, 인간관계에 대한 중독과 결합하여 나타난다"". 중독은 좋은 것에 대한 중독으로도, 혐오스러운 것에 대한 중독으로도 구분되지만 그 본질상 좋은 중독이라 할 수는 없다""
1.3. 중독의 심리학적 본질
중독의 심리학적 본질은 프로이트가 우리의 '정신 기관'이라고 명명한 모든 부분을 공격하지만 특별히 두 개의 주요한 영역에 집중된다. 의지와 자존감이다.
중독은 의지를 두 부분으로 분열시키는데 한 부분은 자유를 열망하고 나머지 한 부분은 중독된 행동을 지속하기를 열망한다. 이런 내적 불협화음과 중독행위를 끊어보려는 시도의 실패는 자존감에 커다란 타격을 주게 된다. 중독된 마음의 속임수가 가진 본질은 중독 행위를 지속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중독의 심리학적 본질은 크게 다음과 같은 8가지 측면으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부정과 억압이다. 중독 증상이 심해질수록 중독자는 진실을 외면하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심리적 에너지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해야만 한다. 부정은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들며, 억압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 권태에 대한 공포증, 불안 등을 경험하게 만든다.
둘째, 합리화이다. 부정과 억압이 실패하면, 중독자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이때 자기 합리화는 의도적인 거짓말이 아니라 중독자가 실제로 진실이라고 확신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러한 합리화는 실제로 내면의 괴로움을 증가시키며, 이 괴로움을 잊기 위해 중독 행동을 더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셋째, 은닉이다. 어느 지점에 이르면 중독자는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하지만 이제 다른 사람에게 중독 행위를 숨기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중독 행위는 더 은밀해져서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넷째, 지연전략이다. 모든 주요 중독에서는 중독자가 그것을 제어하기로 결심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마음은 이러한 일들을 서둘러 실천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결심을 지연시킨다.
다섯째, '어쩔수가 없어'이다. 반복해서 결심에 실패하면 우울증과 패배 시인으로 귀착된다. 실패는 수동적인 형태로든 능동적인 형태로든 중독이 계속되도록 조장한다.
여섯째, '내가 할 수 있어'이다. 만약 실패하지 않고 중독 행위를 그만둘 수 있다면, 이제 최고의 속임수가 시작된다. 중독 행위의 전체 패턴을 회복하려는 의식적인 욕구가 일회성의 욕구인 것처럼 다가온다.
일곱째, 좌절이다. 자긍심이 정점에 도달한 후에 일어나는 몰락은 죄책감, 후회, 수치심 등이 자긍심이 차지했던 자리만큼 광범위하고 영향력이 크게 다가온다. 자아 존중이 사라지고 저항하려는 의지가 손상된다.
여덟째, 공모이다. 이제 중독에 대한 마음의 속임수는 다른 성질, 전염성을 갖게 된다. 중독은 결코 완전히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집착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다른 사람들이 연루된다. 친구, 가족, 직장 동료 심지어 전문가들도 중독자에게 일어나는 변화에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중독의 심리학적 본질은 의지와 자존감의 분열, 다양한 심리적 방어기제의 작동, 다른 사람들과의 연루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중독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심리적 구조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1.4. 중독의 신경학적 본질
중독의 신경학적 본질은 다음과 같다.
뇌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장 중요한 세포는 신경 세포인 뉴런이다. 각각의 뉴런은 자신만의 생명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개체로 볼 수 있다. 뉴런들은 자기 위치와 역할에 따라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며 상호작용한다. 뇌의 모든 작용의 핵심은 이러한 수천만 개의 세포들이 위치 집단과 기능적 시스템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뉴런들은 시냅스라는 연접부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으며 교신한다. 카페인, 니코틴, 마약 등 이질적인 화학물질들도 신경수용체에 작용하여 뉴런에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뉴런을 자극하거나 억제하는 등의 효과는 수신 세포의 신경수용체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뇌 세포 조직과 시스템은 활동의 균형을 유지하는 실제적인 생태환경을 내부에 형성한다. 이 균형이 깨지면 스트레스가 발생하며, 세포들은 피드백, 습관화, 적응의 방법으로 불균형에 대처한다.
중독은 특정 행동이 보상 또는 고통 해소와 연관되어 학습되고 습관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뇌는 한번 학습한 내용을 완전히 잊지 않기 때문에, 중독은 완치되기 어렵고 평생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중독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1.5. 중독의 신학적 본질
중독의 신학적 본질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선천적으로 하나님을 향한 욕구를 품고 있다. 하나님을 향한 열망은 인간다움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며, 우리 존재에 의미와 방향을 부여해준다. 그러나 중독은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갈망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우상숭배이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중독이 아닌 완전한 인격적 관계를 의미한다. 집착의 대상이 되기를 하나님께서는 거부하신다. 진정한 자유 안에서 하나님을 온전하게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이다. 하지만 종교적 체계에 중독되는 일은 가능하며, 이는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속박을 초래한다"".
중독은 인간 자유의 절대적인 적이며, 이런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구속', '속박', '구출'과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중독에 관한 논의가 악이나 죄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악과 인간의 중독 체험이 연관성을 가지는데, 이를 위해 유혹의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경 자료들은 유혹에서 중독이 시작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또한 무엇인가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묘사는 다른 의미로는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체적인 악과 죄의 문제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
1.6. 은혜와 자아돌봄
은혜는 하나님의 사랑이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은혜의 근원이다. 하나님께서는 자발적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호흡과 사랑의 손길을 주신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신의 사랑에 반응하도록 상호작용을 원하신다.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시고 초대하시고 심지어 명령하시지만, 우리의 응답을 통제하지는 않으신다. 우리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우리의 뇌세포들은 사실상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무감각해지도록 습관화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실재는 우리의 삶 속에서 경험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뚜렷하다. 시편의 노래들은 바로 이 지점을 노래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적으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의지적인 행위인 믿음을 요구한다. 믿음의 행위는 언제나 모험같이 느껴진다. 진정한 영적 성장은 절대적 평정과 평온으로 이끄는 대신 점점 더 깊은 위험을 감수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믿음의 성장을 위해서는 가장 성공적으로 영위하는 삶의 영역으로부터 가장 손상된 영역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믿음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믿음의 척도는 은혜를 신뢰하고자 하는 모험을 얼마나 진심으로 감수하고자 하는지에 달려있다. 중독은 인간의 의지로 정복될 수 없다. 인간의 의지가 하나님의 의지와 조화를 이루어 행동하기를 선택할 때 은혜의 힘을 통해 극복된다. 겸허한 존엄성을 갖춘 이런 상태에서야말로 중독의 권력을 이길 수 있다.
금욕은 '훈련하다'는 의미인 헬라어 '아스케오'(askeo)에서 파생된 단어로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가장 깊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 취하는 태도와 노력들을 일컫는다. 반면, 예수님은 즐기는 것을 좋아하셨고 연회를 즐기셨으며, 울고, 화내고, 농담을 하셨다. 하지만 예수님은 금욕 생활을 하고 계셨다. 그분의 고독과 광야의 생활은 금욕의 일상성을 보여준다. 반면, 동시에 예수님은 금욕을 통해서는 구원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게 하셨다.
중독 행동의 교정은 단순히 금연을 하거나, 배우자를 괴롭히는 일을 중단하거나,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행동의 교정을 통한 중독 증상의 제거는 또 다른 중독으로 대체된다. 이 대체는 새로운 정상상태, 가능한 덜 파괴적인 정상상태에 적응하게 된다. 근원적인 변화는 우리의 욕구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기꺼이 하나님께 마음을 드릴 준비가 되었을 때 아무리 평범한 활동이라도 금욕 행위가 될 수 있다. 중독에서 벗어난 많은 사람들은 미묘한 영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자신들의 연약함을 솔직하게 인지하고, 어느 정도의 공백을 용기있게 대면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관상적이다. 진정한 무방비 상태에서 열린 눈으로 삶을 대면하는 것이다. 도피를 선택하지 않고, 광활한 공간을 마주 대한 균형감각이 남아 있다. 내면의 광활한 공간으로의 초대는 집으로의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1.7. 참고문헌
참고문헌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7. 참고문헌'에는 저자 Gerald G. May의 저서 『ADDICTION AND GRACE』에 대한 정보가 기술되어 있다. 이 책은 중독과 은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