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김정한의 생애와 문학
1.1. 서론
김정한이 태어난 1908년은 일제 강점기로서 우리 민족이 억압당하는 암울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삶을 영위한 사람 중에 조금이라도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특히 문학작품을 통해 정신세계를 표출하는 작가라면 이러한 반민족적 역사 속에서 살아온 삶을 남다르게 인식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이 모두 저항정신을 갖는다는 말은 아니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 한 평생 자기 자신을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한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반골(反骨)인생이라 할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늘 시대의 중심에 서서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작가이다. 소설이 가치 있는 인생의 체험이나 현실의 기록이라고 할 때, 소신껏 인생을 살았던 김정한의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의미와 감동은 크다. 김정한은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삶에 주목하여 그들을 억압하는 사회현실에 저항하는 문학을 추구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의 생애 역시 일제 시대에는 민족적 저항의 모습으로 해방 후에는 독재권력과 맞서 싸우는 모습으로 점철되었다.
따라서 본 레포트에서는 김정한의 학창 시절에 형성된 저항정신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고 아울러 김정한의 문학작품 속에 드러난 작가의식을 시대상과 관련지어 살펴보고자 한다.
1.2. 김정한 생애
요산 김정한은 1908년 9월 26일(음력) 경상남도 동래군 북면 남산리(현재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에서 6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김일손{1464∼1498)의 16대 손으로서 멸족의 화를 피해 원래 터전이었던 청도(淸道)를 떠나 동래로 도망쳐서 형성한 김해 김씨 부락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집안에서는 정치가 금기 사항이었다고 한다"".
한편 김정한의 집안은 당시 200석 이상의 농사를 지어 동네에서 둘째가는 지주로 가세가 비교적 넉넉했으나 부친 김기수는 부산에서 미곡상을 한다고 항상 나가서 생활했기 때문에 모친 정귀홍의 마음고생이 심했리라 추측해 볼 수 있다"". 조부는 한국시대에 엽총을 메고 다니시던 습관이 남아서 평상 집에 안 계셨고, 엄친 역시 방랑생활을 하셨으므로 어머니의 눈물을 구경하면서 자랐다"".
김정한은 다섯 살 때부터 향리에서 재종형과 함께 한학을 배웠는데 접장이 종조부였다"". 그러다가 김정한이 재종형보다 뛰어난 자질을 보이자 친손자를 더 아끼는 종조부로부터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김정한은 어릴 적 밀주단속을 하던 일본인들과 그들의 앞잡이들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뺨을 때리던 모습도 기억하고 있다"".
1919년 김정한은 사립 명정학교에 입학하는데, 이 학교는 범어사(梵魚寺)라는 절의 부속학교였다"". 3·1운동이 일어났던 시기에 만해 한용운이 범어사에 자주 왕래하고 있었고 그의 제자 김법린도 명정학교의 교사였다"". 그때 하급생이었던 김정한은 범어사 입구까지 솔밭 사이를 오가며 만세를 불렀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자 김정한은 불교의 부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범어사의 일부 승려들이 가까운 부락에 가정을 꾸리면서 절에는 거의 얼굴을 내밀지도 않다가 주지 선거 때만 되면 칼부림을 서슴치 않은 것이다"". 이는 절의 재산을 소유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모습을 본 어린 김정한의 반감과 실망은 매우 컸을 것이다"".
이후 김정한은 1927년 조분영과 결혼하여 2남 5녀를 두었다"". 특히 그의 아내는 6·25때 김정한이 좌익 불순분자로 낙인찍혀 잡혀갈 때 함께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정한은 "내 고집 때문에 아내와 자식들이 못할 고생을 무척 많이 했지. 아내는 아이들을 굶어 죽이지 않기 위해 한땐 공장 일도 하고 부둣가에 나가 김밥장사도 했어"라고 회고하기도 하였다"".
1.3. 작품 연구
1.3.1. 대표작 연구
김정한의 대표작 연구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의 전기 작품인 「사하촌」과 후기 대표작인 「모래톱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하촌」은 193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으로, 타락한 중과 사찰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김정한은 어릴 적 명정학교에서 보았던 중과 사찰의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 당시 일제의 황국식민화 정책에 의해 어용화된 사찰이 농민들에게 무자비한 착취를 가했다는 현실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김정한은 농민의 입장에 서서 불의한 지배체제와 착취자에 저항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처럼 「사하촌」은 일제 강점기 농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불의한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한편 1966년 발표한 「모래톱이야기」는 김정한 후기 작품의 대표작이다. 「사하촌」이 일제 강점기 농민의 현실을 다루었다면, 「모래톱이야기」는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는 토지 소유권의 문제를 다룬다. 작품 속에서 조마이 섬의 농민들은 오랫동안 그 땅에서 살아왔지만,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토지가 유력자들의 수중에 넘어가는 과정을 겪는다. 이를 통해 김정한은 해방 이후에도 농민의 삶...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