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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상심리의 개요
1.1. 이상심리 판단의 기준
이상심리를 판별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관적인 고통(suffering)을 들 수 있다. 개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 심각한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가 지속적인 우울감과 무력감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상심리의 징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주관적 고통만으로는 완벽한 기준이 되기 어려운데, 일부 심리장애의 경우 개인이 느끼는 고통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심리적 부적응(maladaptiveness)이다. 개인이 자신이 속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이상심리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 상황에 지나치게 회피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모든 이상행동이 반드시 부적응적인 것은 아니므로 이 기준 역시 한계가 있다.
셋째, 통계적 일탈(statistical deviancy)이다. 정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행동이나 특성을 이상심리로 판단하는 것으로, 평균에서 2표준편차 이상 벗어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적 능력이 매우 우수한 사람의 경우와 같이 통계적으로 일탈되어 있더라도 반드시 이상심리로 간주할 수는 없다.
넷째, 사회·문화적 규준의 위반이다. 특정 사회나 문화에서 벗어난 행동을 이상심리로 간주하는 것으로, 문화적 상대성으로 인한 한계가 존재한다.
다섯째, 위험성(dangerousness)이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이상심리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 역시 위험성의 정도와 판단 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이상심리를 판단하는 기준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단일한 기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개인의 내적·외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상심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1.2. 이상심리의 역사적 흐름
고대 사회의 관점과 치료에서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마술적 존재의 힘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병든다는 것은 외부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세력 싸움 때문이라고 보았고, 이상행동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악령을 몸과 마음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철학자와 의사들이 이상행동을 연구하였는데, 히포크라테스는 정신질환의 발생에 악령이 개입한다는 것을 부인하였고 정신장애 역시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는 이상행동이 일종의 뇌질환으로 체액의 불균형에서 생긴다고 주장하였으며, 현대 정신분석 치료의 기본 개념도 최초로 제시하였다.
중세 시대에는 종교의 힘이 커지면서 다시 악마론적인 믿음이 등장하여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가 극에 달했다. 이 시기에는 집단적인 잘못된 믿음으로 인한 춤 발작이나 동물로 행동하는 현상 등이 유행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 악마론이 퇴보하면서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방식이 개선되었고, 요한 웨이어와 같은 최초의 정신병리학자가 등장하였다. 또한 19세기 초반에는 프랑스의 피넬과 영국의 튜크 등에 의해 도덕치료가 시작되었으며, 19세기 말에는 분트와 제임스 등의 초기 심리학자들이 정신장애에 대한 실험적 접근을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20세기 초반에는 정신분석 이론과 정신분석에 기반을 둔 치료법이 널리 사용되었고, 현대에 이르러 유전연구와 신경전달물질 등 생물학적 요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처럼 이상심리의 역사적 흐름은 악마론적 믿음에서 시작하여 점차 과학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으로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1.3. 이상심리학의 주요 주제
이상심리학의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상행동의 발견과 기술이다. 이를 기술정신병리학(descriptive psychopathology)이라고도 부르는데, 이상심리 징후와 증상을 기술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징후(sign)는 임상가의 관찰을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며, 증상(symptom)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반영한다. 이러한 증상과 징후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증후군(syndrome)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상행동의 발견과 기술은 이상심리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이상행동에 관한 연구이다. 이상행동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 주제는 심리장애의 유병률(prevalence)과 발생률(incidence)에 관한 것이다. 유병률은 특정 시간 동안 인구 집단에서 양성으로 판명된 사례 수를 의미하며, 발생률은 일정 기간 동안 새롭게 발병한 사례 수를 의미한다. 이상행동 연구에서는 사례연구, 자기보고, 직접 관찰 등의 방법이 활용된다.
셋째, 이상심리를 설명하는 다양한 모델과 치료적 개입이다. 생물학적 모델, 정신분석 모델, 행동주의 모델, 인지 모델, 가족-사회-문화 모델 등 여러 이론적 접근이 존재하며, 각 모델에 기반한 다양한 치료 기법이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신분석 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 가족치료 등이 있다.
넷째, 이상행동의 분류와 진단 체계 마련이다.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과 국제질병분류(ICD) 등 공식적인 진단 분류 체계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 정신건강 전문가들 간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실용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이상심리학의 주요 주제는 이상행동의 발견과 기술, 이상행동에 대한 연구, 이상심리 설명 모델과 치료적 접근, 그리고 이상행동의 분류와 진단 체계 마련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1.4. 이상심리 모델과 치료 접근
1.4.1. 생물학적 모델
생물학적 모델은 정신장애의 원인을 유전적, 신경생물학적 요인으로 본다. 최근 들어 정신장애와 뇌 특정 부위의 결함 간 관련성을 밝혀내려는 연구가 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