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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비역사학과 역사파시즘
1.1. 사이비역사학의 등장 배경
사이비역사학의 등장 배경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5월 11일 박정희 정부는 '교육의 국적을 찾자'는 대통령의 제창에 따라 문교부 산하에 국사 교육 강화 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이는 '민족'을 중심으로 한 역사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 해 1973년 6월 23일 또 다른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의 가장 큰 목적은 새로 출범한 유신 체제의 선전과 정당화였다. 당연히 역사학계와 교육계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역사 교육의 획일화를 가져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거센 반대를 하였다. 1974년 7월 25일 재야 역사 단체였던 '한국 고대사학회'는 국정 국사 교과서가 단군을 신화로 규정하여 한국사의 범위를 위축시키고 일제의 식민지 사관을 그대로 도습한 역사교육을 강요한다고 주장하며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승만 정권하의 통치 이론인 '일민주의'를 제시하고 나치의 유겐트를 모델로 삼았다고 비판 받았던, '학도호국단'을 발족시킨 장본인이기도 한 안호상은 국정교과서가 단군을 일개 족장 정도로 묘사한 것에 불만을 표했다. 이를 시작으로 대두된 사이비역사학의 특징은 우리 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강조, 광대한 고대 영토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음모론이다.
이들은 1. 국사 교과서에서 고조선 역사가 일본인들에 의해 천 년 이상 없어진 것을 인정하여 이를 되찾지 않고 있고, 2. 단군과 기자는 실존 인물이며 영토가 중국 베이징까지 뻗어 있었다는 것, 3. 왕검성은 중국 랴오닝성에 있었으며 낙랑군은 베이징 지역에 있었다는 것 등을 주장하였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시행되자 안호상 등은 자신들이 믿고 있던 역사상을 '국사화' 하기를 욕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욕망을 관철하기 위해 자신의 사회적 자산과 역량을 모두 동원하여 기존 역사학계를 공격하고 압력을 행사하였다. 결국, 사이비역사학의 대두는 1974년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초래한 또 다른 형태의 반동이자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1.2. 사이비역사학의 주장과 특성
사이비역사학의 주장과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자를 한국인이 만들었고, 공자, 맹자도 배달겨레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백제가 4백년간 중국 중남부를 통치했다고 주장하며, 셋째 공주 무령왕릉에는 백제사를 왜곡하기 위해 위조품을 미리 묻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사이비역사학자들은 기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상식 이하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1.3. 사이비역사학의 대중화와 영향력
사이비역사학의 대중화와 영향력은 1970년대 초반 박정희 정부의 국사교육 강화 정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민족 중심의 역사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천명하였는데, 이에 따라 기존 역사학계와 교육계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군을 신화로 규정하고 일제의 식민지 사관을 그대로 도습한 역사교육을 강요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변화에 힘입어 안호상 등의 사이비역사학자들이 등장하여 국사교과서에 자신들의 주장을 반영하고자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한자는 한국인이 만들었고, 공자와 맹자도 배달겨레의 후손이며, 백제는 400년간 중국 중남부를 통치했고, 공주 무령왕릉에는 백제사를 왜곡하기 위해 위조품을 묻었다"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들은 수십 년에 걸친 지속적인 선전 선동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 대중화되는 데 성공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즈인 '붉은악마'의 엠블럼에 치우천황이 등장하였고, 환단고기가 출판되는 등 사이비역사학의 영향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더욱이 일부 정치인들까지도 이들의 주장을 인용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광복절 축사와 2015년 비공개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사이비역사학의 내용을 인용한 바 있다. 이는 사이비역사학의 대중화가 정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이비역사학의 대중화와 영향력은 국가 권력의 부당한 개입과 이들 사이비역사학자들의 지속적인 선전 선동의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역사학은 국가 권력의 간섭과 사이비역사학의 공격이라는 양면의 "역사 파시즘"에 봉착하게 되었다.
2. 식민주의 역사학과 우리 안의 타율성론
2.1. 식민주의 역사학의 정체성론과 타율성론
식민주의 역사학의 정체성론과 타율성론은 한국사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정체성론은 한국 민족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약화시키려 했으며, 타율성론은 한국사의 전개과정이 한국 민족의 자주적 역량이 아닌 외세의 간섭과 영향에 따라 타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식민주의 역사학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를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연구 풍토를 지녔다. 따라서 일제의 팽창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도 변화하여 왔다. 대한제국의 식민지화를 기도할 때는 조선사 연구가 활발했고, 1905년 러일전쟁 이후 만주 경영이 전면화되면서는 만선사학이 등장하였다. 이는 만주 지역으로 진출하는 일제에 학문적 기여를 한 것이다.
이후 일제의 팽창이 지속됨에 따라 다른 역사 연구도 본격화되었다. 몽골 방면으로 세력을 뻗치면서 만주와 몽골을 묶는 만몽사가 나타났고, 1937년 중일전쟁으로 중국 내륙 침략이 가시화되자 동아사가 등장했다. 그리고 1941년 태평양 전쟁 이후 전략적 범위가 남태평양까지 확대됨에 따라 대동아사가 등장했다.
만선사관은 식민주의 역사학의 일종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만주의 역사적 흐름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었다는 만주중심적 인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시대 착오적 발상이며, 역사란 다양한 요인이 얽혀 전개되는 것이므로 어떤 시기에 공동체의 우열관계는 존재할 수 없고 영구불변의 것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2. 만선사관과 만주중심주의
식민주의 역사학의 정체성론과 타율성론에 뿌리를 둔 만선사관은 만주 지역을 하나의 역사적 문화적 지역으로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일제의 영향력이 조선을 넘어 남만주에 미치자, 만주를 하나의 역사적 문화적 지역으로 보고자 한 것이다. 즉, 만선사관의 궁극적인 목적은 만주 지역으로 진출하는 일제에 학문적 기여를 한 것이다.
만선사관은 한반도의 역사를 만주 중심으로 바라보았다. 한국사를 만주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만주의 고토를 회복하지 않는 이상 한국이 강대국이 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더 넓은 영토를 확보해야 하고, 대륙을 차지해야 옳다는 믿음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역사는 다양한 요인이 얽혀 전개되는 것으로, 특정 시기에 공동체의 우열관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