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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의 존재 이유, 목적, 그리고 이상적 방법
1.1. 법은 '왜' 존재해야 할까?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모여 사는 사회에는 법이 존재한다.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범위도 사람마다 다 다르듯, 각 사회는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방식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과 다툼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기준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준이 관습, 종교, 도덕, 법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온 '사회규범'이다. 사회의 규모가 작고 단순했던 과거에는 관습, 종교, 도덕과 같은 사회 규범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사회가 점차 다각화되고 거대해지면서 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법은 다른 사회규범과 비교하여 강제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법은 다수가 합의하여 강제적으로 규범화 시켜놓은 것, 즉 대의 민주주의적 국회의원이 "반드시 이것은 다수가 되어 강제해야 한다."고 만들어 놓은 것으로, 도덕과는 달리 강제성을 띄기 때문에 이를 어길 경우 국가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지키는 도덕과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법은 사회의 갈등과 다툼을 해결하고 원만한 공존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며, 다양한 개인의 가치관과 행동방식으로 인한 혼란을 예방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법은 사회구성원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1.2.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할까?
흔히 법이 추구하는 근본 사명을 '법의 이념', 또는 '법의 목적'이라고 한다. 이러한 법의 이념은 크게 정의, 합목적성, 그리고 법적 안정성으로 구성되며, 이 세 요소는 대립적 긴장관계에 있으면서도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합목적성은 법이 목적에 맞추어 형성되고 운용되는 것을 의미하며, 법적 안정성은 법 자체의 안정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일까? 도덕에 대한 견해가 개인마다 갈리듯, 정의 또한 무엇이라고 객관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정의가 없는 왕국이란 거대한 강도 집단이 아니고 무엇인가? 강도 집단도 나름대로 작은 왕국이 아닌가?"라고 하며, 명칭과 규모, 처벌 여부의 관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정의가 없는 왕국은 사실상 강도떼와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법실증주의를 주장한 켈젠은 "정의 개념은 법 개념과 구분되어야 한다. 정의규범은 법, 즉 실정법이 내용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라고 하며 정의와 법 개념을 구분하였다.
이처럼 '정의'를 정의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며,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은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법적 안정성은 법의 형식에 중점을 두지만, 정의와 합목적성은 법의 실체에 중점을 두고, 정의는 윤리라는 가치 관념을 바탕으로, 합목적성은 공리라는 가치 관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결국 이 세 이념은 상호모순의 관계에 놓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법치주의를 사회 기저로 인식하고 있는 한국에서, 법적 안정성에 법적 이념이 편중되고 있는 한편 합목적성이 상대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의 요구가 변했다고 해서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쉽게 법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법적 안정성을 특히 중요시하여 다양한 법률에 대한 논란에 대해 신중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실적시명예훼손죄 폐지 요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헌법재판소는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여 사실적시명예훼손죄 폐지를 반대해왔다. 동성결혼의 법적 인정 여부에 대한 논의에서도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