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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양철학의 재조명
1.1. 노자와 장자의 사상
노자와 장자의 사상은 동양철학의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노자는 무위자연과 도(道)를 강조하였고, 장자는 유(遊) 개념을 통한 정신적 해방을 주장하였다.
노자는 세계 만물이 서로 상반되지만 모순 없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도라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도는 무형무상하여 다른 존재에 의해 규정될 수 없는 본체이자 근원이다. 모든 것이 도에서 나왔으며 도에 귀속된다. 따라서 도를 지향하는 성인은 무위자연의 삶을 살아야 하며,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야 한다.
한편, 장자의 유(遊) 개념은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노닐며 정신적 해방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장자는 유를 통해 세속의 욕망과 분별에서 벗어나 천지와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고자 했다. 그에게 유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존재론적인 의미를 지닌다. 장자는 이러한 유를 실천함으로써 이 세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자와 장자의 사상은 동양철학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노자는 도와 무위자연을 강조하였고, 장자는 유를 통한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였다. 이들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2. 노자의 정치철학
노자의 정치철학은 실용성과 현실성을 겸비한 독특한 정치이론으로 평가받는다. 『노자』는 기본적으로 "누가 천하를 다스릴 것인가?", "천하를 다스리는 자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격언들의 모음집이다. 즉, 『노자』는 일반 백성이 아닌 지도자나 통치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자는 도덕과 정치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바라보았다. 그에 따르면 통치자는 도덕적이고 덕스러워야 하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다. 노자가 강조한 대표적인 정치개념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무위자연은 통치자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백성들은 자발적으로 순응하고 도덕성을 내면화하게 되므로, 통치자는 최소한의 개입만으로도 효과적인 통치를 할 수 있다.
또한 노자는 '약자의 논리'를 통해 정치를 바라보았다. 그는 통치자가 강자가 아니라 오히려 약자의 입장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치자는 자신을 낮추고 백성을 존중해야 하며, 이를 통해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노자는 이를 "큰 것은 아래에 있고, 작은 것은 위에 있다"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노자의 정치철학은 도덕성, 자연성, 그리고 약자의 논리를 토대로 한다. 이는 유교나 법가와 같은 기존 정치이론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이다. 조선에서 노자는 '이단'으로 규정되었지만, 실제로는 당시 권력구조 내부에 소외된 지식인층을 위한 이론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노자의 정치철학은 권력에 저항하고자 하는 지식인층에게 정신적 도피처와 해방구로 기능했던 것이다.
1.3. 장자의 유 개념과 정신적 해방
《장자》에서는 '유(遊)'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장자》에서의 '유'는 단순한 '놀이'로 번역되지 않는다. 물론 '유'에는 놀이의 요소가 있지만, 그것은 정신적 요소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유'는 정치적 차원과도 관련되어, 정치적 욕망을 버리고 정치로부터 떠나는 정신적 해방의 의미를 지닌다. 《장자》는 삶 자체를 '유'라고 보는데, 이는 우리가 보통 '논다'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논다'는 것은 허송세월, 나태, 게으름의 뜻으로 여겨지지만, '유'와 '예(藝)'야말로 백성들에게 휴식을 준다고 한다.
이러한 '거리 두기'를 통해 진정한 정신이나 삶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 《장자》의 핵심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으려 하는 '하늘에서 노님'이 있다. 그래서 《장자》는 삶과 거리를 두라고 요구한다. 그러한 삶은 거울과 같아서 사물을 비추기만 할 뿐 담아두지 않고 간직하지 않는다. 욕망, 명예, 지혜, 권력 모두 지나가는 바람으로 치부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자》의 '유'는 정신적 해방에 가깝다. 하지만 공자는 세상 바깥에서 노닐지 말고 세상 안에서 노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장자》의 '유'를 탈속세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장자》에서의 '유'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정신적 해방과 자유를 의미하며, 이는 정치적 차원과도 연결된다. 하지만 이러한 '유'에는 회귀의 개념도 함께 내포되어 있어, 결국 세속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전과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장자》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1.4. 노자와 페미니즘
노자와 페미니즘은 긍정적인 관련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노자에 나오는 구절을 보면 마치 노자가 페미니스트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예를 들어 김종미의 《노자》 번역문을 보면 노자가 은유와 상징을 이용해 여성성에 대해 찬가를 부르는 것 같이 느껴진다. 또한 이석명의 번역에서도 유사한 느낌이 드는데, 다만 감동의 분위기가 없고 긴장된 목소리로 충고하듯이 들린다. 물론 번역에 따라 뜻이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노자》는 여타 문헌에 비해 여성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서 페미니즘적인 독해가 무의미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노자》 속에 생생한 페미니즘 철학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성성을 중시한다고 해서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주장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