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근대 식생활의 변화
1.1. 일제강점기 식품 관련법 정비와 사회변화
1.1.1. 식품위생법 정비와 육류 소비 관행
일제강점기 식품 관련법 정비와 육류 소비 관행은 다음과 같다.
선진국에서는 19세기 이후 근대산업의 발전과 함께 가공 식재료나 식품첨가물, 포장기술이 발달하게 되자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 위해방지와 국민건강 향상 및 증진을 목적으로 한 식품위생법의 법제화가 추진되었다. 일본의 경우, 영국·미국·독일의 선진 위생제도를 바탕으로 식품위생 관련 규정을 마련하였는데, 이것이 한일병합을 전후로 한반도에 이식되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식품위생법'이 발포된 1962년까지 우리나라 위생행정의 기본 틀은 일제강점기에 제정된 식품 관련 제재규칙들이었다.
한일병합 이후에는 식품위생 관련제도가 사회적 필요성에 의해 더 구체적으로 강화된다. 한일병합 이후 식품위생 관련 제도의 시행은 병합 이전 경성이사청 관내에서 일본인에게 한정하여 시행되던 법규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관내의 일본인에게만 적용되던 규정을 1909년 도수규칙에 통합하여 일본인·조선인에게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도수규칙을 제정하였다. 둘째, 가공식품의 발달, 음식물 소비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다.
근대적 식품위생 관련 제도 중에서 특히 육류의 유통 및 판매와 관련된 도수규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도 개혁은 조선시대 우금제도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포사규칙(1896)과 도수규칙(1909)을 비교해보면, 포사규칙은 위생설비 요건에 대한 명문 규정이 부족하고 세금 부과기준도 불합리한 면이 있었다. 반면 근대적 성격의 도수규칙은 도살, 유통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관리하려 했다. 도장의 허가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위생기준을 마련하였고, 도살 개체 두수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합리적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1911년 '수육판매규칙'이 시행되면서 조선인이 운영하는 정육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기존에는 도축한 소의 내장, 뼈 등을 노출·전시하여 위생상 문제가 있었으나, 새로운 규칙에 따라 덮개 있는 진열장을 구비하고 육류 용기, 도마, 칼 등의 위생상태도 관리하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상관행의 변화가 야기되었고, 상점 간 위생 수준 격차로 인한 소비자 구매행동의 양분화도 발생하였다.
한편 일제의 백정에 대한 지배는 도축장 장악, 도부와 수육판매업자에 대한 관리 강화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백정들의 독립·자영 요구가 일제 식민지 권력에 대한 투쟁으로 발전하였다. 결과적으로 백정집단 내부에서도 분화가 일어났는데, 일부는 부를 축적하여 자본가로 성장하기도 하였다.
1.1.2. 주류 법 정비와 주조업의 변화
조선시대에는 각 농가가 자가용으로 술을 생산하거나 주막과 같은 소규모 술집에서의 생산·판매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술 생산에 종사하는 주조업자라고 부를만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식민지기의 주세령 체제하에서 자가용 주조가 금지되면서 주조업자의 합동집약이 진전되었다.
조선주는 크게 약주·탁주·소주로 나눌 수 있는데, 탁주와 약주는 장기적인 보존이 어려워 원격유통이 불가능하였다. 따라서 술의 생산·유통은 주막이나 주가와 같은 소규모 점포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09년의 주세법과 1916년의 주세령 제정을 계기로 주조업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주세법 시기에는 제조 석수를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일정한 주세만 지불하면 자가용 주조가 가능했지만, 주세령 시대에는 주조업자들의 합동 집약이 진행되었다. 총독부는 주조업자가 너무 많고 장부 기장이 불가능한 인물이 경영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자금력 있고 교양 있는 인물에게 경영을 집중시키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한 주조장의 제한 석수를 두어 영세 경영을 도태시키고, 조선주에 대한 세율을 일반 주세보다 높게 설정하여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였다. 또한 조합제도를 도입하여 통합을 진행시키고 신규 면허를 억제하는 등 다양한 시책을 강구하였다. 그 결과 주세령 시행 당시 9만 개 이상 있던 탁주 주조장이 1930년경에는 4천 개 정도로 격감하였고, 자가용 주조 면허 보유자도 급속히 줄어들어 1934년에는 자가용 주조 제도 자체가 사라지게 되었다.
한편 총독부의 주세 수입은 계속 상승하여 1928년에는 국세 총액의 28.8%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일제의 주세 정책은 소규모 전통적 술 생산 기반을 해체하고 대규모 주조업체 위주로 재편함으로써 주세 수입을 대폭 증대시키는 수단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2. 새로운 식재료의 도입과 식생활의 변화
1.2.1. 설탕의 도입과 식생활의 변화
19세기 이전까지 설탕 소비문화는 생산지나 생산지와 교역이 빈번한 곳에서 발달했다. 그 이외 지역에서는 설탕이 희소한 제품으로 최상류층만이 사용하는 귀한 약재, 장식재였다.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세계적으로 설탕의 쓰임새가 바뀌었다. 근대적 설탕 소비는 전근대와 달리 세계적으로 설탕이 음식과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설탕 가공식품이 세계화되고, 설탕이 각국 음식과 융합하여 토착화되었다. 설탕 소비가 확대되면서 세계인의 음식 기호, 취향, 입맛이 변하고 식사구조가 변화했다.
을사조약이후 국권상실 위기 속에서 일본의 탈아입구론 영향을 받은 한국 문명 개화론자들은 일본을 통해 설탕 문명화 담론과 영양담론을 수용했다. 이들은 서구제국이 강대국이 된 것은 국민들이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이 건강하려면 위생적이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해야하는데 서구인들이 많이 먹는 설탕은 칼로리가 높아 에너지를 공급하는 영양식이었다. 설탕이 인체에 매우 유효하여 많이 먹은 나라일수록 체력이 좋아져 문명화, 근대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문명개화론자들은 국민 1인당 설탕소비량으로 그 나라 문명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는 문명화담론과 국민을 건강하게 하는 효율적 칼로리 공급원이라는 영양담론을 받아들였다. 세계 각국의 문명수준은 국민 1인당 설탕소비량으로 측정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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