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조현병 개요
1.1. 정의
조현병은 뇌의 기질적 이상 없이 인간의 사고(thought), 감정(affect), 지각(perception), 행동(behavior) 등 다양한 정신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주요 정신병이다. 조현병은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며, 때로는 재발과 관해를 반복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조현병은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조현병은 유전적, 신경생화학적, 신경해부학적, 신경생리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단일 유전자가 아닌 다유전자 요인에 의한 유전성이 추정되고 있으며, 일란성 쌍둥이가 조현병일 때 다른 한 쪽이 조현병일 확률이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보다 4배 정도 높다. 신경생화학적 요인으로는 도파민, 세로토닌, 글루타메이트, GABA, 노르에피네프린 등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상호작용 불균형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해부학적 요인으로는 측뇌실, 제 3뇌실 확장, 대뇌피질 위축, 대뇌반구 비대칭성, 소뇌 위축 등이 관찰된다. 신경생리학적 요인으로는 연성안구추적 운동의 이상과 뇌파 상에서 알파파의 활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조현병의 임상증상은 양성증상, 음성증상, 인지적 증상, 정서적 증상 등으로 구분된다. 양성증상은 정상인보다 과도한 것으로,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기괴한 행동 등이 포함된다. 음성증상은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기능의 부재를 의미하며, 정서적 둔마, 무언증, 무욕증, 무쾌감증 등이 해당된다. 인지적 증상으로는 주의력, 기억, 정보처리, 인지적 유연성, 실행기능 등의 장애가 나타나며, 이로 인해 판단력 저하, 대처능력 저하, 학습능력 저하 등이 초래된다. 정서적 증상으로는 우울, 불안, 자살경향, 적대감 등이 흔하게 나타난다.
조현병의 진단 기준은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에 제시되어 있다. DSM-5에 따르면, 조현병 진단을 위해서는 다음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극도로 와해되거나 긴장성 행동, 음성증상 등 2개 이상의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둘째,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직업, 대인관계, 자기 돌봄 등의 기능 수준이 발병 전에 비해 현저히 저하되어야 한다. 셋째, 증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징후가 있어야 한다.
1.2. 원인
1.2.1. 유전적 원인
유전적 원인은 조현병의 발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조현병은 다인자성 유전 질환으로, 단일 유전자가 아닌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명이 조현병이면 다른 한 명도 조현병에 걸릴 확률이 50% 이상인 것으로 보아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 10-15%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구체적으로 조현병의 유전 양상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유전자들이 조현병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도파민 관련 유전자, 신경전달물질 수용체 관련 유전자, 신경발달 및 신경가소성 관련 유전자 등이 조현병 발병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유전적 요인들은 개인마다 다양한 조합으로 작용하여 조현병의 발병과 증상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조현병의 유전적 요인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게놈 연구 기법을 활용하여 조현병 관련 유전자를 더욱 세밀하게 탐색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조현병의 발병 기전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조기 진단 및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1.2.2. 신경생화학적 원인
신경생화학적 원인은 조현병 발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조현병 환자의 뇌에서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관찰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도파민(dopamine)과 세로토닌(serotonin)의 과잉활성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은 중뇌-변연계 경로에서 과도하게 방출되어 망상, 환각, 와해된 행동 등의 양성증상을 유발한다. 이러한 도파민의 과활성화는 신체 말초의 도파민 수용체의 과민성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두엽과 측두엽의 도파민 활성 감소로 인해 음성증상과 인지기능 저하도 나타난다.
세로토닌의 경우에도 조현병 환자에서 비정상적인 활동이 관찰되는데, 특히 5-HT2A 수용체의 과활성화가 환각이나 망상과 같은 양성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 시스템의 불균형은 또한 부정적 정서 상태나 사회적 위축 등의 음성증상과도 관련이 있다.
이 외에도 글루타메이트(glutamate)나 GABA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비정상적인 활동도 조현병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 글루타메이트는 신경 흥분독성을 나타내어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GABA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여 균형이 깨어지면 정보처리와 인지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의 불균형이 조현병의 핵심적인 병인기전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항정신병 약물 치료가 발전되어 왔다. 향후 신경생화학적 연구를 통해 조현병의 발병기전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2.3. 신경해부학적 요인
신경해부학적 요인은 조현병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신경해부학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측뇌실과 제 3뇌실의 확장이 관찰된다. 조현병 환자들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측뇌실과 제 3뇌실이 더 크게 확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뇌피질의 용적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대뇌피질의 위축이 나타난다. 조현병 환자들에게서는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 여러 영역에서 회백질 용적의 감소가 관찰된다. 이러한 대뇌피질의 위축은 인지기능 저하나 사회적 기능 장애 등 조현병의 주요 증상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뇌반구의 비대칭성이 증가한다. 정상인에 비해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좌우 대뇌반구의 비대칭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언어 기능과 인지 기능의 비대칭적 손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넷째, 소뇌의 위축이 관찰된다. 조현병 환자들에게서는 소뇌의 용적 감소가 나타나며, 이는 운동 기능과 정서 및 인지 기능의 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조현병 환자들의 특징적인 신경해부학적 변화들은 도파민, 세로토닌, 글루타메이트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이러한 신경해부학적 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4. 신경생리학적 요인
조현병의 신경생리학적 요인은 다음과 같다.
연성안구추적 운동의 이상이 조현병 환자에게서 관찰되는데, 이는 전두엽과 후두정엽의 기능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조현병 환자들은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잡기 어려워하며, 안구 운동에 부정확성과 비효율성이 있다. 이는 정상인에 비해 약 30% 정도 저하된 수준을 보인다.
또한 뇌파 상에서 알파파의 활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알파파는 편안한 각성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파이며, 조현병 환자의 경우 알파파 활성이 낮아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조현병 증상 중 하나인 불안, 초조, 긴장 등과 관련이 있다.
이처럼 조현병 환자는 신경생리학적 측면에서 연성안구추적 운동의 저하와 알파파 활성의 감소를 보이는데, 이는 전두엽과 후두정엽의 기능 이상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뇌 활성의 변화로 인해 조현병 환자들은 현실 지각, 주의력, 정보처리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1.3. 임상증상
1.3.1. 양성증상
양성증상은 '정상인보다 과도한 것, 정상인에게는 없지만 환자에게 있는'이라는 의미로, 갑자기 발생해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약물에 의해 빠르게 호전되는 조현병의 주요 임상양상이다. 중뇌-변연계 경로에서 dopamine의 과잉활동으로 유발되며,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망상, 혼란된 언어(연상의 이완), 이인증, 환각, 기괴한 행동 등이 있다.
망상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고정된 믿음으로, 피해망상, 과대망상, 관계망상, 색정망상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환자는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이 비논리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며, 그러한 망상에 집착하고 주변 상황을 왜곡하여 해석한다.
환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감각경험으로, 조현병 환자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청각적 환각이 가장 일반적이며, 그 외에도 시각, 촉각, 미각, 후각 등의 다양한 감각 양상으로 나타난다. 환자는 이러한 환각을 실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때로는 이에 반응하거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인증은 자신의 신체나 정신이 변형되었다고 믿는 증상으로, 자신의 몸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등의 양상을 보인다. 비현실감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기괴한 행동은 환자의 언어나 행동이 상황과 맥락을 벗어나 부적절하고 기이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옷을 벗고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는 환자의 인지기능 및 판단력 저하로 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양성증상은 환자의 행동과 사고, 지각 등 다양한 정신기능의 왜곡된 양상으로 나타나며, 약물치료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음성증상이나 인지적 증상 등 다른 증상들과 함께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1.3.2. 음성증상
음성증상은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기능의 부재를 의미하며, 천천히 발생하고 대상자의 적응과 대처능력을 가장 방해하는 증상이다. 급성기에는 주로 망상과 환각 같은 양성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음성증상 사정이 어렵다. 음성증상에는 정서의 둔마, 무언증, 무욕증, 무쾌감증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조현병 대상자에게서 이러한 음성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로 인해 주의력, 기억, 정보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