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예술의 발전과 사상적 배경
1.1. 세잔의 회화와 메를로 퐁티의 관점
세잔은 후기 인상주의파로 불리는데, 이는 기존의 인상주의와 차별화되는 측면이 대상의 견고함에 대한 추구였기 때문이다. 세잔은 대상을 다시점으로 파악하고 이를 하나의 시점 안에 겹치는 방식을 사용하여 대상의 견고한 사물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메를로 퐁티는 세잔의 이러한 작품 경향을 "숭고한 지속"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는 세잔이 대상의 고유한 실재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포착하고자 했음을 의미한다.
메를로 퐁티에 따르면, 세잔의 회화는 실재나 본체가 시공간적으로 제약되어 있어 우리에게 지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학적 접근을 보여준다. 세잔은 복수의 시점을 통해 대상이 가진 견고한 사물성을 화폭에 구현해내었으며, 이를 통해 대상에 대한 또 다른 질서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을 이용하여 사물을 흩트려 표현한 것과는 달리, 세잔이 물체의 견고성을 그대로 담아냄과 동시에 자연의 영원함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즉, 세잔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세계에 대한 구현을 회화의 목표로 삼았다. 메를로 퐁티가 "숭고한 지속"이라고 표현한 것은, 세잔이 세계가 매 순간 진행되는 것에 주목하여 화가가 이 변화하는 세계의 매 순간을 사실로써 그려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세잔은 사물을 지각에 비친 대로, 신체의 코기토가 지각한 대로 그리려 하였고, 풍경의 구도를 탄생하는 유기체로 포착하여 사물 하나하나가 가진 숭고한 지속을 화폭에 구현해냈다.
1.2. 입체파와 회화의 평면성
입체파는 조각이 시간성에 초월한 3차원의 형식인 반면, 회화는 시간성에 종속되었다는 점에서 평면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입체파는 회화의 평면성에 주목하였는데, 이는 화가 자신이 목격한 대상을 하나의 시점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다시점적 관점을 화폭 안에 구현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입체파 화가들은 대상을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3차원 공간에 대한 인지 능력을 화면 위에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입체파는 회화의 평면성을 극복하고 대상의 본질을 더욱 정확히 표현하고자 하였다"".
즉, 입체파는 기존 회화의 단일 시점 표현에서 벗어나 다시점 표현을 통해 입체감과 공간감을 살리고자 한 것이다"".
1.3. 추상표현주의와 마크 로스코의 작품
추상표현주의는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대두된 추상회화 운동이다. 이 운동의 대표적 화가로 알려진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통해 추상표현주의의 핵심적 특징을 보여주었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대규모의 거대한 캔버스에 강렬한 색채의 사각형 구조를 구현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눈에 띄는 가장 큰 특징은 색채의 집중적이고 강렬한 사용이다. 로스코는 화폭을 압도하는 대규모의 캔버스에 원색적인 색상들을 겹겹이 쌓아 올려 마치 안개나 연기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하여 작품 속에 자신을 투영하도록 이끈다.
로스코의 이러한 작품 세계에 대해 그는 자신은 단순히 색채와 형태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 감정인 비극성, 황홀경, 운명과 같은 것에 관심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색채와 형태의 사용이 관람자로 하여금 이러한 감정에 도달하도록 이끈다고 보았다. 즉, 로스코에게 있어 화폭 위의 색채와 형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거대한 화폭을 통해 관람자의 시각을 압도하고 몰입을 유도하여, 인간의 근본적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추상표현주의 회화의 핵심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4. 잭슨 폴락과 회화의 지표기호
잭슨 폴락의 회화는 기호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표기호에 해당한다. 지표기호란 대상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갖는 기호로, 대상의 흔적이나 자취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폴락의 회화는 창작의 과정을 중요시하고 그 과정을 작품에 직접 반영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는 물감을 캔버스에 뿌리고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회화를 진행했는데, 이는 단순한 결과물 중심이 아닌 창작의 과정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폴락의 작품은 그 자체로 창작 행위의 흔적을 보여주는 지표기호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폴락의 추상표현주의 회화는 전통적인 회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창작 과정을 강조했다. 그는 화면 위에 물감을 뿌리고 흘려보내는 행위 자체에 주목하였으며, 이는 작품의 결과물보다는 창작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폴락은 회화가 단순한 대상의 모방이 아니라 창작자의 내적 표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결국 폴락의 추상표현주의 회화는 기호학적으로 볼 때 창작 과정의 흔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기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5. 칸트의 숭고미 개념
칸트는 숭고미를 수학적 숭고와 역학적 숭고로 나누었다. 수학적 숭고는 대상의 압도적인 크기를 인식함에 있어 인지력이 한계에 이르러 포착하지 못하는 경험이다. 인간이 이성을 통해 무한대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지만 감각기관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대상의 크기에 직면하면 오히려 무력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험에서 칸트는 숭고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역학적 숭고는 압도적인 자연 현상의 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