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색채심리와 현대생활
1.1. 빛과 색의 개념
빛은 0.4~0.75 마이크로미터(㎛)의 영역을 가진 적외선부터 가시광선을 지나 자외선까지의 전자기파이며, 광자의 흐름 및 행동으로 설명되는 이중성적 에너지의 한 형태이다. 빛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며 파동을 갖고 운동하고, 파장과 진폭으로 구성된다. 진폭은 일정한 파동의 높낮이를 말하며, 진폭은 파장의 크기이다. 진동수는 초당 진동하는 횟수를 말하며, 파장은 전자기파나 음파 등에서 생기는 파동의 골에서 다음 골까지의 거리로 파동의 한 주기를 의미한다.
빛은 광원색, 물체색, 투과색으로 분류된다. 광원색은 광원이 되는 태양광이나 인공광원인 발광체로부터 오는 빛의 파장이며, 물체색은 물리적인 물체의 특성에 따라 반사 또는 흡수되어 나타나는 빛이고, 투과색은 특정 물체를 투과하여 보이는 빛의 파장이다. 또한 빛은 가시광선, 감마선, 엑스선, 마이크로파, 라디오, 자외선, 적외선 등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특성과 응용 분야가 다르다.
색은 눈이 빛에 대해 느끼는 지각의 하나로, 인간의 눈에 보이는 전자파를 빛이라고 정의한다. 가시광선의 파장영역을 가시역이라고 하며, 단일 파장의 전자파만을 포함하는 순수한 빛을 단색광이라고 한다. 색에 대한 인식은 민족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가시광에 대한 시각능력에 인종의 차이는 없지만 색채어휘체계는 언어나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르다.
색을 보기 위해서는 빛, 물체, 시각의 3요소가 필요하며, 이 세 가지 요인의 물리적인 변화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색도 변화하게 된다. 색은 물리학, 화학, 생리학, 심리학, 미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연관되어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1.2. 색채 현상 및 색의 분류
색채 현상은 가시광선에 의해서 나타난 결과이다. 색을 볼 때 어떤 형태로 눈에 보이는가, 즉 어떤 빛이 반사되어 보이는가에 따라 색채 현상이 달라진다. 색채 현상은 빛의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인간이 물체 또는 광원에 대한 색을 지각할 때 매우 중요하게 작용되며, 각 물체마다 다른 색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
색채 현상의 분류에는 물체색, 현상색, 표면색, 투과색이 있다. 물체색은 물체가 빛을 반사하거나 투과하여 고유의 색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현상색은 빛에 의해 시공간에 나타나는 현상의 색의 현상성이라 하며, 이에 따라 느껴지는 색을 말한다. 표면색은 불투명한 물체의 표면에 비친 빛이 반사되거나 흡수되었을 때 나타나는 색이다. 투과색은 색유리와 같이 투명한 물체에 빛이 투과되어 나타나는 색이다.
빛은 물질에 따라 반사, 흡수, 투과, 굴절, 회절, 산란 및 확산, 간섭의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빛의 특성에 따라 눈에 도달하는 빛깔이 달리 지각된다. 흰 물체는 모든 파장을 반사하여 가시광선 전체 영역이 반사되어 보인다. 회색 물체는 전체를 일정 비율로 반사하여 가시광선의 일정 비율이 반사된다. 검정 물체는 모든 파장을 흡수하여 가시광선 전체 영역이 흡수된다. 빨간색 물체는 빨간색 파장만 반사하고 나머지를 흡수한다. 투명 유리는 빛을 그대로 투과시켜 투명하게 보인다. 파란색 유리는 파란색 파장만 통과시킨다.
색채 현상을 물리적으로 분류하면, 평면색, 표면색, 공간색, 경영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평면색은 인간의 색 지각에 있어서 순수한 자극 색을 말하며 거리감이나 입체감이 거의 없다. 표면색은 사물의 질감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색으로 거리감, 입체감, 질감, 방향감, 위치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간색은 빛을 투과시키는 물체를 통과해서 나오는 빛에 의해 지각되는 색이다. 경영색은 거울과 같이 광택이 나는 투명한 물질의 표면에 나타나는 완전 반사에 가까운 색이다.
색은 무채색과 유채색으로 구분된다. 무채색은 흰색, 검정색, 회색으로 색상과 채도가 없는 색이며 명도로만 구별된다. 유채색은 무채색을 제외한 모든 색으로 색의 3속성인 색상, 명도, 채도를 모두 갖는다.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색은 약 200여 종에 불과하지만 유채색은 약 750만 종에 달한다.
색을 지각할 때 색상, 명도, 채도의 3가지 속성이 작용한다. 색상은 색과 색상을 구별하는데 필요한 색채의 이름이며, 색상환을 통해 색상의 위치와 변화를 표현한다. 명도는 밝고 어두움의 정도를 나타내며, 선형적이고 단계적이다. 채도는 색의 선명한 정도를 나타내는데, 순색이 가장 높은 채도이고 무채색 혼합으로 채도가 낮아진다.
색의 체계는 색을 보다 쉽게 파악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개념이다. 육면체, 구, 원추 등 다양한 형태로 색을 체계적으로 나타낸다. 먼셀의 색체계, 오스트발트의 색체계, NCS 색체계 등이 대표적이다. 색체계는 측색기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고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이해와 활용이 쉬운 장점이 있지만, 각 체계 간 색 좌표 변환이 어려운 단점도 있다.
1.3. 생활 속 색채의 심리
색채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의미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색채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며, 특정 색채에 대해 개인적이거나 문화적인 연상을 하게 된다.
먼저,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오방색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적색과 청색은 벽사색으로 불리며 악귀를 물리치는 색으로 여겨졌다. 황색은 밝음과 중앙을 상징하고, 흑색은 겨울과 물을 의미한다. 백색은 순수하고 고결한 기운을 나타낸다. 이와 더불어 오간색인 녹색, 홍색, 유황색, 백색, 자색 등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오방색과 오간색은 한국인들의 생활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있다.
복식 문화에서도 전통적인 색채관이 드러난다. 관리들의 복색은 주로 푸른색이었고, 서민들은 백색을 선호했다. 혼례식에서는 청색과 홍색이 주로 사용되었는데, 이는 음양의 상징이자 남녀의 상징이기도 했다.
음식 문화에서도 오색고명을 활용하여 음양오행의 원리를 구현하고자 했다. 청색의 푸른 나물, 백색의 계란, 황색의 계란지단, 홍색의 붉은 고추, 흑색의 표고버섯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음식의 색채에 종교적, 의례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는데, 팥죽이나 수수경단이 대표적 예이다.
건축에서도 색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궁궐이나 사찰 등 유교적 건물에는 긋기 단청이 사용되었고, 주요 전각에는 색채가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반면 민가와 같은 일반 주거 공간은 저채도의 색채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색채를 통해 자신들의 철학과 가치관을 표현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한국의 전통 색채는 단순한 심미적 기능을 넘어 상징적, 문화적,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한국인들의 생활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색채 지각
2.1. 우리의 눈과 색채 지각
시각은 빛의 감각이나 빛에 따르는 공간의 감각을 말한다. 시각은 빛을 감지하는 광각과 색을 판단하는 색각으로 나뉜다. 광각은 한 점을 볼 때 양쪽 눈과 그 점을 잇는 직선이 만드는 각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입체감과 공간감을 인지할 수 있다. 색각은 빛의 파장 차이에 의해 색을 분별하는 감각을 말한다. 우리 인체의 약 80% 이상은 시각에 의존하고 있다.
빛(색)의 지각은 광원이 직접 들어오는 경우, 광원이 물체에 투과되어 들어오는 경우, 광원이 물체를 비춰 반사되어 들어오는 경우, 그리고 자극 없이 내부의 시신경계 흥분으로 색을 느끼는 경우로 분류된다.
인체의 눈은 안구와 시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구는 뒤쪽 시신경과 연결되어 있으며, 맹점이라 불리는 생리적 시야 결손 부분이 있다. 이는 시신경 유두에 시세포가 없어 광각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두 눈을 사용하면 이러한 맹점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연색성은 조명이 물체의 색감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동일한 물체라도 광원에 따라 다르게 지각된다. 조건 등색은 분광분포가 서로 다른 두 색이 특정 광원 하에서는 같은 색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순응은 적응과 유사한 개념으로,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옮겼을 때 점차 정상적으로 보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명암 순응과 색 순응으로 나뉜다.
색각 이상에는 전색맹, 부분색맹, 색약 등이 있다. 푸르킨예 현상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지각현상으로, 날이 어두워지면 눈이 느끼는 최대 감도가 황록색에서 청록색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2.2. 색채 지각의 효과
색채 지각의 효과는 색채가 지닌 시각적인 효과와 심리적인 효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색채의 시각적 효과는 색이 눈으로 보고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정한 색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며, 이는 부분적으로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성장 과정, 그리고 주변의 문화와 사회, 역사 등에 기초를 두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정 색이 자력에 이끌리듯이 끌리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색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빨간색을 보며 열정을 떠올리지만, 다른 이는 공격성과 연결시킬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색은 특정한 문화적 의미와 더불어 강력한 시각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색의 시각적 효과 중 하나는 주목성이다. 주목성은 눈에 잘 띄거나 눈길을 끄는 성질을 말하며, 색상대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테니스공이 형광색인 이유는 잔디에서 잘 보이기 위함으로, 주변 환경과의 대비를 통해 주목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색채는 공간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모양, 같은 크기라도 색상과 명도에 따라 앞으로 나와 보이기도 하고 후퇴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색의 진출과 후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명도가 높은 색이 앞으로 나와 보이며, 명도가 낮은 색은 후퇴해 보인다. 이와 함께 색의 팽창과 수축 현상도 나타나는데, 같은 크기라도 배경의 색에 따라 크게 보이기도 하고 작게 보이기도 한다.
색채의 시각적 효과 중 하나인 주관색은 흑백의 자극을 인간의 시각계가 주관적으로 인식한 색의 인상을 말한다. 벤함의 원반은 색이 없는 물체가 어떻게 주관색을 생성해 내는지 보여주며, 옵아트 미술에서는 이러한 주관색의 개념을 활용하였다.
또한 색은 특정한 물체색이나 상징과 관련하여 기억되어 지는 기억색의 효과도 있다. 예를 들어 사과는 빨갛다, 바다는 파랗다는 식으로 특정 색과 대상이 연상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화현상 또는 전파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이 있다. 이는 주변의 색들끼리 서로 영향을 주어 인접색에 가까운 것처럼 느끼는 경우를 말하며, 졸눈 효과와 비졸트 효과가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색채의 심리적 효과는 색의 자극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색상이 주는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인 온도감, 색이 가볍게 보이는 색과 무겁게 보이는 중량감, 형태에 따라 느껴지는 형태감, 색이 딱딱하거나 부드러운 경연감, 색이 사람의 체온과 혈압, 호르몬 등에 영향을 미쳐 감정을 흥분시키거나 진정시키는 흥분감 등이 색채의 심리적 효과에 해당한다.
또한 색에 따라 시간감이 느껴지는데, 장파장의 난색 계열 실내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길게 느껴지고 단파장의 한색 계열 실내에서는 시간의 경과가 짧게 느껴진다. 이를 활용하여 커피전문점이나 음식점에서는 손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빨간색이나 주황색 가구를 배치하고, 공항이나 병원 대기실에는 한색 계통을 사용한다.
더불어 색에 따른 계절감도 느껴지며, 공감각적 효과로 인해 색을 보고 소리, 맛, 향 등 다른 감각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색채는 다양한 시각적, 심리적 효과를 발휘하며, 이는 개인의 성향과 경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3. 색채의 대비
3.1. 색채 대비(1)
두 가지 이상의 색을 동시에 볼 때 각 색상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현상이 색상 대비이다. 명도와 채도가 비슷할수록 원래의 색보다 색상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1차색(빨강, 노랑, 파랑)의 색상 대비, 2차색(주황, 초록, 보라)의 색상 대비, 3차색(연두, 주황, 청자색)의 색상 대비가 대표적인 예이다.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나타내는 명도에 따른 대비도 있다. 명도가 다른 두 가지 이상이 서로 대조되어 나타나는 명도 대비는 명암과 색채에 따라 실제 색상이 변화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 또한 명도가 다른 두 색이 서로 영향을 주어 색채들 사이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현상이 명도 대비이다.
회색 띠가 0~10단계의 그라데이션 처리된 면에서 양쪽 끝이 명도가 다른 그라데이션처럼 보이는 것이 대표적인 명도 대비의 예이다. 무채색의 강한 명도 대비는 선명하고 명쾌한 효과가 있고, 무채색의 약한 명도 대비는 불명확하고 차분한 효과가 있다. 무채색의 명도 대비는 강약 조절이 필요하고 적절한 면 배분에 따라 효과적인 대비 효과를 줄 수 있다. 강한 명도 대비는 색상과 면이 선명하며 경쾌하고 강한 이미지를 주며, 밝은 명도 대비는 면이 불분명하고 파스텔 톤의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를 주고, 어두운 명도 대비는 무게감을 느낄 수 있으며 차분하면서 칙칙한 이미지를 준다.
색채가 지닌 순수한 정도의 차이에 따라 나타나는 채도 대비도 있다. 본래의 색상이 더 선명하게 보이거나 탁하게 보이는 현상이 채도 대비이다. 색상이 없는 무채색과 무채색 사이에는 채도 대비가 일어나지 않는다. 특징적으로 채도가 낮은 색은 더욱 낮게, 높은 색은 더욱 높게 보이게 된다. 무채색과 유채색의 대비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며, 무채색 위의 유채색은 더욱 채도가 높게 보이고 채도가 높은 색 위의 색은 채도가 낮아 보인다. 순색에 흰색, 검정, 회색을 섞으면 채도가 달라지게 된다.
보색 대비는 색상환에서 마주보는 위치의 색의 대비로, 이 두 색이 혼합되면 검정이나 무채색으로 바뀐다. 보색 대비는 서로의 잔상에 의해 상대편의 색을 더 강력하게 드러내는 효과가 있어, 서로의 색을 방해하지 않고 가장 순수하고 생기 있게 느끼게 한다.
3.2. 색채 대비(2)
계시 대비(Successive Contrast)
계시 대비는 어떤 색을 보고 난 후에 다른 색을 보는 경우, 앞에 본 색의 잔상의 영향을 받아 다음에 보는 색이 다르게 보이는 현상이다. 백색을 보고 회색을 보면 회색보다 백색이 명도가 높게 보인다. 밖에서 암실에 들어가면 더욱 어둡게 보이나 나중에 밝아지며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오면 눈이 부신다. 빨강색을 보다 노랑색을 보면 보색 잔상의 영향으로 연한 청록이 노랑에 겹쳐 그 노랑은 녹색을 띤 것처럼 보인다.
계시 대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속적으로 두 가지 색을 보았을 때 생기는 대비 현상이다. 둘째, 동시 대비와 상반되며, 계속 대비 및 연속 대비라고도 한다. 셋째, 유채색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음성적 잔상(보색잔상)이 다른 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넷째, 계시 대비는 시차를 두고 보았을 대 그 시점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며 계속해서 다음 색을 보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