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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1.1. 『H마트에서 울다』의 소개
『H마트에서 울다』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이자 2022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한국계 미국인 미셸 자우너의 뭉클한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인 어머니와의 추억을 음식을 매개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라면서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과 아시아계 여성으로서의 성장통을 토로하며, 어머니의 말기암 투병 과정과 죽음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겪는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2021년 뉴욕 타임스, NPR, 아마존 등의 유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추천도서로 소개되었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2. 작가 미셸 자우너와 한국계 미국인 배경
미셸 자우너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1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며 성장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양육 덕에 그녀는 한국의 전통과 정서를 깊이 있게 체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대 시절 어머니와의 갈등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어머니는 외모와 거동에 집착하는 엄격한 성격을 지녔고, 이로 인해 딸과 자주 부딪혔다.
이러한 가정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우너는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해방구를 찾아갔다. 백인 남성 중심의 인디음악계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겪었던 어려움은 그녀의 음악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자우너는 자신의 모습을 점차 발견해 갔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는 한국 음식 만들기를 통해 그리움과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이민자와 소수자라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진 작가 자우너는 자신의 가족사와 성장과정을 성찰하며 음식을 매개로 한 특별한 방식으로 어머니와의 관계를 탐구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겪었던 내적 갈등과 정체성 혼란, 그리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3. 음식을 통해 엄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과정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저자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H마트는 미국 내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슈퍼마켓 체인으로, 저자에게 H마트는 단순히 아시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식품 전문점이 아니다. 엄마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는 한국음식을 상징하는 곳이자, 56세의 나이로 췌장암 판정을 받아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H마트 앞에서 엄마의 계란 장조림과 동치미 맛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친다. 엄마와 함께 식탁에 앉아 만두를 빚던 시간을 회상하며 만두피를 집어 든다. 건조식품 코너에서 스스로 물어본다. "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엄마에게 음식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저자는 엄마가 지독한 잔소리꾼이었지만, 점심 도시락을 싸주거나 밥상을 차려줄 때만큼은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의 슬픔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엄마의 머리카락이 욕조에 남아있는 모습을 보거나, 낯선 아이가 H마트에서 뻥튀기를 사는 것을 보면 눈물이 쏟아진다. 식당에서 어느 할머니가 해물 짬뽕을 먹으며 새우 머리와 홍합 껍데기를 자신의 딸 밥에 건져내는 모습을 보면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엄마가 살았던 가족들을 떠올리며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도 눈물을 참지 못한다.
저자는 엄마와 함께 서울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먹던 한국식 중국음식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이모가 전화로 주문하고 빨리 배달오는 장면, 아파트 현관에서 가방을 꺼내오는 배달원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저자는 H마트에 모여있는 이민자들이 각자의 사연을 품고 고향의 음식을 그리워하며 찾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주문하는 음식과 구입하는 재료에서 자신의 고향과 정체성을 찾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저자 자신을 발견한다.
저자는 엄마와 함께 나누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을 통해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한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 음식을 통해 표현되었음을 깨달으면서,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엄마의 유산을 기억하고 계승하고자 한다.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엄마가 남긴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엄마와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2. 음식과 정체성
2.1. H마트에서 한국 식재료를 구입하며 느끼는 그리움
저자 미셸 자우너에게 H마트는 단순한 아시아 식재료 전문점이 아니다.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저자는 H마트에 가면 엄마가 투병 중에 드셨던 음식과 엄마와 함께 만든 음식의 추억이 떠오르며 눈물을 흘린다.
H마트에서 한국 식재료를 구입할 때면 저자는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한다. 엄마와 둘이 식탁에 앉아 얇은 만두피에 다진 돼지고기와 부추 소를 넣어 만두를 빚었던 기억, 건조식품 코너에서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것인지 물어볼 누군가가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정도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