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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질병은 인류 역사의 흐름을 유의미하게 변화시켜왔다.
질병은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와 문명의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다양한 감염병이 발생하고 유행하면서 그에 따른 인구 감소, 경제적 혼란, 사회구조의 변화 등이 나타났다. 또한 현대 문명의 발전에 따른 비감염성 질병의 만연 또한 우리 삶의 질과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질병과 인류 역사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질병의 유행과 그에 대한 대처는 인류 문명사의 전환점이 되어왔다. 따라서 과거의 질병사를 살펴보고 그것이 문명사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와 미래의 질병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2. 대규모 유행병이 문명사에 미친 영향
2.1. 고대의 감염병과 그 영향
2.1.1. 아테네 역병
아테네 역병 기원전 430년,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발병한 아테네 역병은 당시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중에 발생하였다. 이 역병은 한 번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총 세 번의 큰 유행을 몰고 왔다. 이 역병으로 인해 당시 민간인과 아테네 군인들의 약 1/4이 목숨을 잃었고, 그나마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 또한 후유증이 상당하였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당시 기록을 보았을 때 장티푸스로 추측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초기에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비해 우세했으나, 이 전염병의 유행으로 인해 아테네는 전력을 크게 상실하였고, 결국 스파르타가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었다. 이처럼 아테네 역병은 전염병으로 인해 전쟁의 승리가 예측과 반대로 전개된 사례이자, 아테네의 운명을 뒤흔든 중대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2.1.2. 역병과 로마제국
서기 2세기 경 로마제국은 큰 번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많은 나라들과 교역이 이루어졌으며, 제국의 힘은 막강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최고 번성기 시기의 로마제국에서의 교역 증가는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전염병 유입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반대로 로마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제국이 겪었던 전염병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안토니누스 역병이다. 165년 경 다른 나라로 원정을 떠났다가 귀국한 로마 군대에 의해 로마제국 전체로 역병이 대유행하였다. 15년 동안의 유행은 로마의 사회질서를 무너뜨렸으며, 훗날 동서로마가 분리되고 몰락하는 데에 기여했다. 그러나 동로마제국의 몰락과 멸망에 가장 치명적이었던 감염병은 유스티아누스 역병이었다. 이 역병은 이집트로부터 유럽으로 전파되어 와서 541년~750년 사이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 뿐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프랑스 등 수많은 유럽의 나라들에서 대유행 하며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발병 후 5일 정도가 지나면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높은 치사율을 가졌는데, 증상으로 보았을 때 선페스트라는 설이 우세하다.
이렇든 안토니누스 역병과 유스티아누스 역병 등으로 로마제국의 많은 인구가 죽고 사회질서와 규범은 붕괴되었다. 대규모 전염병의 유행 전 유럽에서는 황제 한 명에 의한 강력한 중앙통치체제가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제국주의 시대는 전염병을 겪으며 막을 내렸다. 이후에는 각 지방의 영주들이 자신들의 영토에 대한 자율적인 자치권을 행사하며, 필요 시 군주를 보좌하는 중세 봉건시대가 찾아온다.
2.2. 중세의 감염병과 그 영향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되고 쥐벼룩이 매개하여 전염되는 급성 전염병이다. 중국 및 중앙아시아에서 유래했으며, 몽골군의 유럽침입 및 실크로드를 통한 중앙아시와와 유럽의 연결 등의 요인으로 유럽에 전파되게 되었다. 몽골 유목민족들에게 페스트는 그리 위협적인 질병이 아니었는데, 그 이유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들쥐의 먹이인 곡식을 저장해놓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