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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언어는 인간의 사고, 정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표현하고 매개하는 가장 핵심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특히 아동기에 이루어지는 언어 발달은 인지 기능, 학습 능력, 사회성, 정서 조절 등 전반적인 발달 영역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유아기의 언어 경험은 이후 학령기의 학업 성취도와 또래 관계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언어는 단지 '말하기'와 '듣기'에 국한되지 않고, 상황을 이해하고 의미를 해석하며, 적절한 반응을 조직하는 고차원적 인지활동과도 맞물려 있다. 그러나 일부 아동은 언어 발달에서 현저한 지연을 보이거나, 특정 영역에 지속적인 결함을 나타낸다. 이 경우 언어발달장애 또는 신경발달장애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는 단순언어장애, 조음·음운장애, 유창성장애,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등이 있다. 이러한 장애는 아동의 일상생활, 학습, 사회적 관계 형성에 지속적인 제약을 초래하므로, 조기 발견과 체계적인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이 가운데 자폐성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 영역에서 본질적인 어려움을 보이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이다. 자폐성 장애 아동은 전형적인 언어습득 과정을 따르지 않으며, 비언어적 의사소통(예: 눈맞춤, 몸짓, 표정)의 사용이 제한되거나 결여되어 있다. 또한 언어 표현이 기계적이거나 반복적(상동어 사용, 반향어 등)이며, 의사소통의 목적이나 맥락에 맞게 언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같은 특성은 단지 발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의 '의도적 사용'과 '사회적 기능'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결함을 반영한다.
자폐성 장애는 최근 수년간 국내외적으로 진단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장애 유형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2023)에 따르면, 약 36명 중 1명의 아동이 자폐성 장애로 진단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유사한 비율로 진단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폐 아동의 언어와 의사소통 문제는 '말을 못 한다'는 단편적 인식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며, 정교한 언어 특성과 중재 접근법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부족한 현실이다. 자폐성 장애 아동은 개인차가 크고, 전형적인 발달궤도에서 벗어난 언어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률적인 언어지도 방식이나 일반적인 언어지연 개입 방법만으로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 향상이 어렵다. 따라서 이들의 언어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발달 수준과 사회적 맥락에 적합한 맞춤형 중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 연구의 목적은 자폐성 장애 아동이 보이는 언어 및 의사소통 특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들의 언어 발달을 효과적으로 촉진하기 위한 실천적 중재 전략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자폐성 장애의 개념과 진단 기준을 개괄하고, 자폐 아동이 일반적으로 나타내는 말과 언어의 특성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설명할 것이다. 이어서 이러한 특성에 기초한 개별화된 언어 중재 프로그램, 구조화된 교수법, 보완대체의사소통(AAC) 활용, 부모 및 교사 참여 기반 중재 전략 등 구체적인 중재 방법들을 제시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자폐성 장애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이라는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언어적 특성과 중재 전략 간의 연계를 이론적·실천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자폐 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조기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협력 기반 구축의 중요성도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2. 자폐성 장애 아동의 언어 및 의사소통 특성
2.1. 자폐성 장애의 정의 및 진단 특성
자폐성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능력의 현저한 결함, 그리고 제한되고 반복적인 행동, 흥미,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이다. 자폐성 장애는 '스펙트럼'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증상의 유형과 강도가 개인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자폐성 장애는 단일한 장애라기보다, 다양한 발달 양상을 아우르는 연속체로 이해된다.
미국정신의학회(APA)에서 제정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DSM-5, 2013)은 자폐성 장애의 진단 기준을 다음 두 가지 핵심 영역에서의 지속적인 결함으로 정의한다. 첫째, 사회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결함이다. 이는 눈맞춤, 얼굴표정, 몸짓 등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을 활용하는 능력의 부족,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의 어려움, 사회적 정서 공유 능력의 제한 등을 포함한다. 둘째, 행동, 관심사 또는 활동의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이다. 반복적인 동작, 일상적인 루틴에 대한 강박적인 고집, 과도하거나 비정상적인 감각 민감성, 특정 대상에 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