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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위법(違法)과 불법(不法)을 혼동하여 사용하곤 한다. 위법과 불법은 판단의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위법은 행위의 질적 측면을 판단하는 것이며, 불법은 행위의 양적 측면을 판단하는 것이다. 전자는 법적 관계에서, 후자는 행위의 실체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정 행위가 위법하더라도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를 불법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말한다. 형법에서는 이러한 위법성 조각 사유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본 레포트에서는 주요 위법성 조각 사유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착오와 위법성 조각 사유
2.1. 착오의 의의
착오의 의의는 행위자의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실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행위자의 생각과 실제로 일어난 범죄 행위가 다른 경우를 착오라고 한다. 착오는 사실의 착오와 법률의 착오로 구분되는데, 사실의 착오는 고의의 인식대상인 객관적 구성요소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므로 고의를 조각하는 효과가 있으며 과실에 영향이 없다. 반면 법률의 착오는 위법성에 대한 착오이며 책임 조각 사유가 된다. 형법은 제15조에서 사실의 착오를 구성요건의 착오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생각한 것과 발생한 것 사이의 착오를 의미한다. 구성요건의 착오에는 객체의 착오와 방법의 착오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객체의 착오는 타깃이 같은 형태이고, 방법의 착오는 타깃이 다른 형태이다. 객체의 착오와 방법의 착오는 형법상 구체적 사실의 착오로 분류된다.
2.2. 구성요건의 착오
2.2.1. 객체의 착오
갑은 을을 살해하려고 마음먹고 을과 닮은 병을 을로 착각하여 병에게 흉기를 휘둘러 병이 사망하였다. 이는 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에 해당한다. 갑이 의도한 것은 을을 살해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 죽인 대상은 병이었기 때문이다. 대구고등법원 1965. 3. 25. 선고 64노173 판결에서도 공소 외 1을 살해하려다가 공소 외 2를 살해한 사례와 유사하게, 갑이 을을 살해하려 했지만 병을 잘못 죽인 경우에 해당한다. 즉, 살인의 주체인 갑이 살인 대상을 잘못 인식하여 병을 을로 착각한 것이 객체의 착오이다. 이처럼 범죄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에서 발생한 착오로 인해 실제 범죄 결과와 행위자의 인식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경우, 이를 객체의 착오라고 볼 수 있다.
2.2.2. 방법의 착오
방법의 착오는 행위자가 자신이 의도한 바와는 다른 방법으로 행위를 실행하여 결과적으로 다른 객체에게 범죄행위가 실행된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을을 살해할 의도로 흉기를 휘둘렀지만 을이 병을 껴안고 있어 병이 흉기에 맞아 사망하게 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행위자가 원래 의도한 객체가 아닌 다른 객체에게 범죄행위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 경우 행위자의 고의는 을을 살해하려는 것이었으므로 을에 대한 살인미수죄가 성립하고, 병에 대해서는 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
방법의 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