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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1.1. 문학작품에 반영된 작가의 개인 경험
김소진 작가의 개인 경험이 그의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소진의 아버지는 6.25 전쟁 당시 원산 대철수 때 처자식을 남기고 혼자 피신한 경험이 있었다. 이후 서울로 이주하여 미아리 산동네에 정착하였고, 중풍으로 쓰러져 어머니가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러한 가정환경이 작가 김소진의 성장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특히 아버지의 무능력함과 그로 인해 겪었던 가난한 어린 시절은 작가에게 큰 상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품 속 아버지의 모습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을 소설의 모태로 삼아 작품을 써왔는데, 무능한 아버지 이미지가 자신의 정체성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작가의 친구가 전하는 일화에서, 김소진이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가장의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보아,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아버지상을 지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품 속 주인공들이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겪는 갈등을 드러내는 것과 연결된다.
이처럼 김소진의 작품은 개인적 경험과 기억이 깊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 자신의 가족사와 성장 배경이 소설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1.2. 작품 분석의 접근 방법
작품 분석의 접근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크게 정신분석적 관점과 사회문화적 관점이 핵심을 이룬다.
정신분석적 관점에서는 작품 속 인물들의 기억 재생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 김소진은 기억이 소설 창작의 모태가 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인물들의 무의식과 전의식, 의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억이 재생되는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작품 속 주인공들이 과거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겪는 정신적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다.
한편 사회문화적 관점에서는 작품이 현실 사회의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주목한다. 작품 속 인물들의 성장 과정이 사회적 조건과 역사적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곧 개인의 정체성 형성 과정과 연결된다. 또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죄의식과 처벌에 대한 탐색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영향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정신분석적 관점과 사회문화적 관점은 이 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 상호보완적인 분석틀을 제공한다. 작품 속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과 외부적 제약 사이의 복합적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접근방식이 모두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2. 김소진 작가와 자전거 도둑
2.1. 아버지에 대한 기억
주인공 승호는 신문기자로 아파트에 혼자 사는 인물이다. 그런 승호가 가정을 꾸리지 않은 이유는 그가 기억하는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 때문이다. 승호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무능력한 인물이었다. 그 아버지는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나갔는데, 이는 승호가 나이가 제법 있음에도 원만한 가정이나 이성 관계가 보여지지 않는 이유와도 연관된다. 승호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작은 것 하나에도 불같이 화를 내는데, 특히 아들 승호 앞에서는 힘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번은 승호가 아버지가 잠깐 비운 사이 가게에서 비싼 '미키대장군' 과자를 몰래 먹어 버렸다가 발각되어 아버지에게 세게 맞았는데, 이때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대단히 비굴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소주 두 병을 더 넣어 납품한 것이 발각되어 상점 주인한테 포기하도록 종용당했을 때에도 아들 앞에서 매우 부끄러워하며 굽신거렸다. 이러한 아버지의 무능력함과 비굴함은 결국 승호에게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승호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상점 주인이자 아버지의 직장 상사였던 '혹부리 영감'에게로 전위시킨다. 즉 아버지에 대한 증오감을 다른 대상에게 옮겨 표출하게 된 것이다. 결국 승호는 혹부리 영감의 가게를 습격하여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게 되는데, 이는 아버지에 대한 그의 불만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승호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경제적·사회적으로 무능하고 비굴한 인물이었기에, 승호는 스스로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알 수 있다."
2.2. 오빠에 대한 기억
주인공 서미혜는 승호의 자전거를 몰래 훔쳐 타던 "자전거 도둑"이었다. 우연히 그녀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목격한 승호와 함께 "자전거 도둑" 비디오를 보다가 승호의 기억을 전해 듣고 자신의 이야기도 하게 된다.
미혜 역시 승호와 비슷하게 간접적으로 사람을 죽인 경험이 있는 여자다. 그녀가 증오하던 대상은 바로 오빠였다. "자라면서 가위를 많이 눌렸어요. 벽장 속에서 온몸에 털난 짐승이 기어나와 내 목을 조르는 꿈이었거든요. 물론 그 짐승은 민석 오빠였죠." 미혜의 오빠 민석은 간질병으로 다락방에 평생 갇혀 살았던 인물이다.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