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서론
1.1. WCC의 역사와 정체
WCC의 역사와 정체는 다음과 같다.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WCC)는 초대 에큐메니칼 공의회의 전통을 계승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그 취지를 거스르고 있다. WCC 신학은 서로 다양한 신학적 주장들을 나열할 뿐 성경의 고유한 절대적 진리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WCC총회는 오늘날까지 아홉 번에 걸쳐서 이러한 입장을 개진하였다. 즉, 함께 하나의 교리를 고백하되, 그 교리를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율배반적인 원칙이 신학자들의 참된 신학적 변증이 아니라 변증법적 사변으로 합리화되었다.
제1차 WCC 암스테르담 총회(1948)에서는 교회들이 함께 모여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표지판'을 세우자고 했다. 그런데 그 표지판은 영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경향을 띠고 있었다. 제2차 에번스턴 총회(1954)는 '그리스도 세상의 소망'이라는 주제로 거행되었는데,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관해 오직 가시적이고도 유형적인 지상의 교회만을 염두에 두었다. 이 에번스턴 총회를 통해 WCC의 정체성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WCC는 가시적 교회의 일치만을 주장한다. 즉,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라는 비가시적 교회에 대한 이해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둘째, WCC는 단지 교회의 협의체로 머물지 않고 모든 교회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교회가 되고자 한다.
제3차 뉴델리 총회(1961)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세상의 빛'이라는 구호 아래 교회의 일치가 WCC의 본질과 맞닿아 있음을 더욱 분명히 공표하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교회에는 이미 '부여된 하나 됨'이 존재한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즉, 교회 일치의 요소가 가시적 교회 안에 이미 존재한다는 이러한 소여성은 이후 WCC의 모든 활동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장치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게 비가시적 교회에 대한 인식 없이 가시적 교회만을 편향되게 강조하는 경향은 이후에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1.2. WCC 논쟁에 대한 양측의 견해
WCC 논쟁에 대한 양측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WCC를 반대하는 측은 주로 WCC가 안고 있는 신학적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박형룡 박사는 WCC를 "자유주의 광장"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이 무분별하게 사회복음을 끌어들이고 경계 없이 다른 종교와의 교통을 추구한다고 비판한다. 박형룡 박사와 동일한 신학적 입장에서 개혁신학의 보수를 주장해 온 이들은 WCC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신(新)신학적이며 자유신학적이고, 사실상 세계 교회의 기구적 통일을 목표로 하며, 친공산주의적이고 세속적'이라고 비판한다. 최근에는 WCC의 여성신학과 여성 안수, 인종주의와 민족주의, 동성애 등의 입장이 비성경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칼빈 개혁주의 신학을 계승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교단 소속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들은 WCC에 대한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첫째, WCC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부인한다. 둘째, WCC는 정통 삼위일체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교리를 거부한다. 셋째, WCC는 성경에 계시된 유일신론을 이탈하고 있다. 넷째, WCC는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원의 중보자로 여기지 않는다. 다섯째, WCC는 성령을 타 종교의 영적 현상과 혼동하고 있다. 여섯째, WCC는 교회의 본질을 왜곡하여 가시적인 교제만을 편향되게 강조하고 있다. 일곱째, WCC는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균형을 훼손하고 있다.
반면 WCC 측에서는 연합과 일치의 사회적, 문화적, 실용적, 실존적 유용성을 부각시켜 그 당위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 왔다. WCC는 교회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교회의 일치를 이루고자 하며, 이를 통해 세상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WCC는 교회들의 협의체로서의 고유함을 내세우면서 다양한 전통과 해석을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 WCC를 둘러싼 논쟁은 성경의 진리와 교리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WCC 반대 측은 성경과 교리의 절대성과 유일성을 강조하는 반면, WCC 측은 다양한 해석의 포용과 실용적 유용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로 인해 동일한 교리를 바탕으로 하나의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에큐메니즘 본연의 신학적 담론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3. 성경과 교리의 관계
성경은 그 자체로 계시, 즉 하나님의 지식이다. 계시는 진리로서 스스로 존재한다. 교회는 이 진리를 교리로 체계화, 종합화하여 고백하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진리, 즉 참교회의 잣대요 그 진위 여부에 따라서 교회가 서고 넘어지는 근본 조항이다. 따라서 성경의 신학, 교회의 신학 이외의 것은 신학이 될 수 없다. 성경과 교회를 분리할 수 없듯이, 교리와 교회도 분리할 수 없다.
WCC는 교리를 고백하지만, 그 교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병존시킨다. 이는 성경의 진리를 교리로 체계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리를 변증법적으로 다루면서 교리 그 자체의 성경적 정당성은 문제 삼지 않는다. WCC는 성경과 교리의 관계에 대해 올바른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 결국 WCC는 성경의 진리나 전통적 교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문제 삼지 않고, '교회의 연합을 방해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비신학적 요소들'에만 집중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을 뿐이다.
교회는 비진리로 나아갈 때 홀로라도 진리를 외치는 것이 교회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교회의 본질을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두고 그 가운데 하나 됨을 추구하는 것이 에큐메니즘의 유일한 길이다. 교리가 다른데도 그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그저 기구적으로 모이기만 힘쓰는 WCC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은 교회의 이름으로 교회를 해치려는 세속의 질서를 추구할 뿐이다.
2. WCC의 역사와 정체
2.1. 초대 에큐메니칼 공의회와 WCC의 관계
초대 에큐메니칼 공의회와 WCC의 관계는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WCC는 초대 에큐메니칼 공의회의 전통을 계승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그 취지를 거스르고 있다. 초대 에큐메니칼 공의회들은 성경의 계시와 교회의 전통에 근거하여 바른 교리를 정립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WCC는 서로 다른 다양한 주장들을 열거할 뿐 성경의 고유한 절대적 진리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초대 공의회들의 목적은 분열된 교회들이 하나의 신앙고백 아래 연합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로마 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 그리고 여러 이단들이 참여하여 진리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삼위일체 교리와 그리스도론, 성령론 등의 기본 교리들을 정립하였다. 이로써 참된 교회의 본질과 표지를 성경과 전통에 근거하여 확고히 하였다.
그러나 WCC는 서로 다른 교회들이 성경과 전통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더라도 하나의 교제 안에 함께 머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참된 교리에 대한 합의보다는 하나의 '가시적 교제'를 더욱 강조한다. 이는 초대 공의회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초대 공의회의 정신은 온전한 성경적 진리에 근거한 교회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WCC는 교리적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서도 교회의 연합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는 결국 진리보다는 타협과 상대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WCC와 초대 에큐메니칼 공의회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초대 공의회는 성경과 전통에 기반한 참된 교회의 일치를 추구했지만, WCC는 가시적 교회의 연합을 추구하면서도 교리적 다양성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2.2. WCC 총회의 주제와 신학적 특징
2.2.1. 제1차 암스테르담 총회(1948)
제1차 암스테르담 총회(1948)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첫 총회로, 147개국의 351명의 교회 대표들이 모여 "인간의 무질서와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 총회는 제2차 세계대전의 충격 속에서 교회의 무력함을 직시하고, 기독론 중심적인 '비교 교회론'의 입장을 취했다.
당시 선교단체들이 세계 선교를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총회에서는 모든 교회가 선교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이념을 초월한 책임사회의 건설을 촉구하였다.
이처럼 제1차 암스테르담 총회는 제2차 세계대전의 충격 가운데서 교회의 선교적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