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영화
1.1.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와 용어 문제
'일본군 위안부'란 일본 제국주의 점령기에 일본에 의해 군 위안소로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을 뜻한다. 일본군위안부는 오랫동안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불려왔으나 정신대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부대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노동 인력'으로 징발되었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가 혼용되어 쓰이기도 하는데, 이는 자발적으로 군을 따라다녔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옳지 않은 표현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공식적인 용어로 일본군 '위안부'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과 1937년 발발한 중일전쟁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늘어나는 주민 강간과 성병을 막고 군의 사기를 북돋운다는 명목으로 '군 위안부' 제도를 만들었다. 일본군이 위안소를 본격적으로 설치한 시기는 1937년 말부터이며, 일본군은 위안소의 설치 목적, 관리 감독, 위안부 동원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실행했다. 일본군 위안부들은 1930년대부터 1945년 일본이 패망하기까지 강제로 전선으로 끌려가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의 인권 유린을 당했으며, 살아남은 피해 여성들은 전후에도 육체적·정신적 고통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당시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가 동원되었다.
1991년 8월 14일, 한국 기독교 교회 연합회 강당에서 일본군 위안부였던 고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공개 증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대두에 결정적이었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국가에서 일본 정부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영화 <귀향>은 2007년 이용수, 고 김군자 할머니가 미연방 하원 의회의 위안부 동원과 관련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HR-121 결의안 상정 회의에 증언자로 섰던 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2. 영화 의 새로운 접근 방식
1.2.1. 살아 숨 쉬는 인물 지형화
영화 에서 프레임 속 옥분 할머니는 더 이상 과거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위안부 피해자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전까지 위안부 피해자들은 비극적 역사의 상징적 존재로 표현되어 왔으며, 단발머리와 슬픈 눈매의 추상화된 '순결한 피해자'의 모습으로 재현되었다. 하지만 는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옥분 할머니를 현재를 살아가는 실존적 존재, 살아 숨 쉬는 인물로 형상화한다.
첫째, 영화는 옥분 할머니를 과거의 역사에 갇혀 있는 인물이 아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경계인으로 설정한다. 옥분 할머니는 지난 역사적 피해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동시에 오늘의 우리와 함께 살아가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지점에 위치한 옥분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둘째, 영화는 옥분 할머니를 역사를 의미화하는 증언의 '주체'로 재현한다.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은 타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기록되어 왔지만, 는 옥분 할머니가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주체가 되도록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과거 침묵당했던 여성의 목소리가 현재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셋째, 영화는 옥분 할머니의 '말하기'에 주목한다. 옥분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 '나옥분', '도깨비 할매', '제니퍼'를 통해 각기 다른 사연과 정체성을 지닌 존재로 표현된다. 이는 옥분 할머니의 삶이 한 가지로 말할 수 없는 다양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옥분 할머니가 마지막에 자신의 정체성을 '나옥분'으로 분명히 밝히는 장면은 가장 공개적인 발화의 장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획득하는 순간이 된다. 이처럼 영화 속 '말하기'는 옥분 할머니가 억압적 상황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처럼 영화 는 기존 위안부 영화들의 비극적이고 수동적인 '피해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옥분 할머니라는 살아 숨 쉬는 인물을 통해 역사적 주체성과 현재성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는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1.2.2. '말하기'의 의미
영화 에서 나옥분 할머니의 '말하기'는 식민국가 또는 우리 사회에 의해 침묵 당해온 위안부 여성이 침묵을 깨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순간으로 작용한다"".
나옥분 할머니는 '나옥분', '도깨비 할매' 그리고 영어 이름 '제니퍼'까지 3가지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러한 다양한 호칭은 그녀의 삶과 정체성이 단일하지 않았음을 상징한다. 그녀가 자신의 본명인 '나옥분'을 밝히는 것은 자신의 존재성을 드러내고 주체성을 확립하는 행위이다.
나옥분 할머니의 증언은 2007년 미 하원에서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동원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할머니의 '말하기'는 자기 인정과 증명의 행위로, 가부장적 사회에서 말할 수 없었던 상처를 가장 공개적인 방식으로 발화하면서 역설적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의미화 과정을 통해 영화 속 옥분 할머니는 억압적인 가부장제와 여성의 몸에 대한 그릇된 순결의식에서 벗어나 당당한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작품은 피해 여성이 '말하기'를 통해 억압당해온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주체적으로 변화하는 회복의 여정으로 갈 수 있음을 제시한다. 또한 '말하기'의 과정은 일본군 위안부라는 아픔의 역사를 우리의 현재의 삶 가운데 중요한 부분으로 편입시키며 숨겨진 아픔을 대면할 힘을 부여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1.3. 영화 비평 - 작품의 주제와 연출 방식
'1.3. 영화 비평 - 작품의 주제와 연출 방식'
영화 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도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한다"" 종래의 위안부 소재의 영화가 피해자의 '피 흘리는 고통'에 천착했다면, 는 피해자의 '일상적 삶'에 초점을 맞추어 피해자를 한 명의 인간으로 조명하고 있다""
감독은 피해자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일상적 장면을 친밀한 분위기로 전개하면서도 코믹한 요소를 삽입하여 관객의 긴장을 완화시킨 뒤, 막연히 멀게 느껴지던 역사의 피해자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관객의 시야에 '엄습'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옥분 할머니가 살아온 삶을 '마음에 고스란히 안길' 수 있도록 하는 '지혜로운 연출'을 선보인다""
또한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현재적 관점에서 다루면서도 위안부 피해자 옥분 할머니의 미국 의회 증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현재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옥분 할머니의 '말하기'는 자기 인정과 증명의 행위로서, 가부장적 사회에서 침묵당해왔던 할머니의 상처를 역설적으로 치유하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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