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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1.1. 영화 '모던 타임즈'
영화 '모던 타임즈'는 헐렁헐렁한 바지에 꽉 끼는 윗도리, 작은 중산모에 크고 낡아빠진 구두, 짧은 콧수염에 특유의 마당발 걸음, 그리고 옆구리엔 지팡이를 지닌 구시대의 신사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시대를 거슬러 가는 방랑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36년도에 제작된 이 영화는 채플린이 마지막으로 이 방랑자의 분장으로 등장한 무성영화이다.
이 방랑자는 기계만능의 현대를 풍자하는 데 발레와 같은 슬랩스틱 제스추어를 이용하며, 감상적 로맨스와 함께 현대 사회를 떠나버림으로써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 채플린은 이 방랑자로 하여금 무국적의 묘한 언어로 노래하게 함으로써 무성과 유성의 경계를 넘어버린다.
영화에서 채플린이 그리는 현대는 냉혹하다. 노동자들은 축사로 끌려가는 양떼처럼 공장으로 몰려들어가며, 자동화된 생산을 위해 노동자들은 숨쉴 틈도 없이 감시당하며 통제된다. 노동자는 무엇을 생산하는지도 알 수 없는 작업대에서 볼트를 조이며, 그의 손짓이 조금만 늦어져도 생산라인 전체가 엉망이 된다.
이처럼 채플린은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해 인간성이 소멸되어가는 현대 산업 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방랑자의 모습을 통해 이러한 현대 사회에 안주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결국 방랑자는 고아 소녀와 함께 지평선 너머로 떠나가게 된다. 이는 현대의 물질주의와 기계화에 대한 채플린의 비판적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1.2. 영화 분석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축사로 끌려 들어가는 양떼처럼 표현한 것은 자기 자신의 의지로 출근 한다기 보다는 자본가의 의도에 따라 또는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공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노동자의 권위나 권리가 없음을 미묘한 방법으로 표현하였다. 자본가는 커다란 스크린으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또 감시한다. 공장 내부의 모습을 채플린은 감시와 속박, 노동자의 절대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장소로 부각시키는 수단으로 감시 스크린을 사용한 것 같다. 요즘 시대를 생각해 보면 도난이나 불의의 사고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사무실과 복도 등, 빌딩 자체에 무인 카메라를 시스템을 설치하고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지켜보는 일부 기업들의 모습을 80년 전에 벌써 우려의 눈빛으로 채플린은 걱정했던 것이 아닐까? 최소의 시간에 최대의 생산을 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숨 쉴틈 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체크를 받아야 하는 모습, 화장실에서 담배라도 한 대 피우려 하면 한쪽 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자본가의 불호령을 치는 모습은 그 시대의 노동자들과 자본가들과의 관계, 즉 감시와 속박, 억압을 상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모습은 테일러의 공정관리 이론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 사용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본가는 작업 중에 급식을 할 수 있는 기계를 설치하고 채플린을 시험대상으로 하는 장면에 있어서는 인간의 도구화와 존엄의 상실을 또한 비추고 있다. 자동 급식기계는 고장이나 광폭 해져 채플린에게 음식물을 집어 던지고 그를 폭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에게 속박당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암시한 것이다. 또한 그 당시에 만들어지고 생산되었던 제품들에 대한 불만과 불량 상태를 단적으로 꼬집고 있다. 채플린이 기계의 기억 속으로 먹혀 들어가는 모습은 이 영화의 피크라 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현대 산업 속의 노동자들의 모습을 강하게 대변한 것이 아닐까.
자동화되는 일터는 실직자를 대량으로 생산해 내고 공장 밖에서 대기하던 노동자들은 기계들에게 자신의 일터를 잃어가는 사회의 모습을 지적하였고 그들은 노동자의 인권과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시위를 벌이게 된다. 굶주림 때문에 빵 하나를 훔치는 사람도 있고, 시위를 하다가 총에 맞아 죽는 이들도 잠깐씩 보여지고 있다. 그러한 일들 때문에 거리에는 경찰관들이 자주 보인다. 이런 장면은 자본가와 정부가 결탁되어 노동계급들을 억압한다는 점을 묵시적으로 암시하는 장면으로 지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된다.
채플린은 무엇을 만드는 지도 모르는 작업대에서 볼트를 조인다. 그의 손이 조금만 늦어져도 생산라인 전체가 늦어지는 포오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의 단순화 작업으로 인해 심리적, 정신적 피해가 있었음을 반증하는 장면으로 채플린이 지나가는 여자 엉덩이의 단추를 조이는 모습과 몸이 말을 안들어 동료의 스프를 쏟는 장면을 꼽고 싶다. 그러다가 결국 정신병으로 입원을 하게 되는 장면이 단지 그냥 우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장면을 넣은 것은 아닐까.
거리에서 붉은 깃발이 트럭에서 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