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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주의와 정상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
1.1.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단순히 안전한 보호막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간의 복잡한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울산과 칠곡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후 벌어진 토론회에서, 전문가는 학대와 체벌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어디까지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대변한다.
많은 사람들은 '정상 가족' 내에서의 체벌과 '비정상 가족'에서의 학대를 엄격히 구분한다. 체벌은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지만, 학대는 악마 같은 사람의 고의적인 폭력으로 여긴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보통의 사람이 우발적인 체벌을 가하다 통제력을 잃어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즉, 체벌을 허용하는 태도와 학대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가하는 체벌을 폭력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부모 중심적인 해석에서 비롯된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부모의 체벌이 자녀의 인격을 해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벌을 받은 아이들 역시 반사회적 행동이나 공격성을 보이는 등 신체적 학대와 유사한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정상 가족' 내부의 행위와 '비정상 가족'의 행위를 구분 짓는 뿌리 깊은 가족주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직계존속에 대한 범죄가 가중처벌을 받지만, 직계비속에 대한 범죄는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등 법적 차별로도 드러난다. 특히 기성세대일수록 체벌을 당연한 양육방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체벌에 대한 향수와 미화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가족주의 문화는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바라보게 하여, 폭력이라고 여겨지는 행위에 대해서도 정당화하도록 만든다. 과거부터 서양과 동양을 막론하고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재산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따라 체벌과 폭력이 보편적인 양육방식으로 여겨졌고, 심지어는 아동을 매매하거나 노예로 부리기도 했다.
이처럼 가족주의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인권을 무시하고 가족 내에서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따라서 가족관계에서도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1.2. '비정상' 가족에 대한 무분별한 규정과 차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우리 사회는 이상하게도 결혼하지 않은 상태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지나치게 적대적이며, 미혼모를 가족 규범의 일탈자로 여기며 반감을 갖는다. 본 저서에서 작가는 미혼모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못하고 버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결혼제도의 틀 안에서 발생하지 않은 출산에 대해서 비정상과 부도덕으로 규정하는 한국의 가족주의를 지적한다. 그러한 문제점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가 해외 입양이다. 대부분 해외 입양은 한국전쟁 직후 가장 활발했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사실 한국 경제가 초고속으로 발전하던 1980년대에 해외 입양이 가장 많았고, 그 해외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