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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 내 권위의 두 얼굴
1.1. 체벌과 폭력의 정당화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자녀 체벌은 오랫동안 자녀 훈육의 일환으로 정당화되어 왔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가량이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체벌을 허용한다고 응답하였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체벌을 용인하는 이유는 부모의 의도가 선하기 때문에 체벌이 자녀의 신체적 및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부모 중심, 성인 중심의 해석에 불과하다.
많은 경험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벌은 교육적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력의 내면화를 통해 왜곡된 인성을 형성하게 만든다. 체벌을 경험한 자녀들은 반성보다는 공포만을 느끼게 되며, '사랑의 매'라는 표현은 폭력과 사랑을 연관 짓는 매우 위험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랑하고 돌보는 관계에서도 힘이 센 사람이 문제 해결 방법으로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계층화, 정치적 의사결정의 비민주성, 폭력적 문화가 심한 사회일수록 체벌이 더 심한 경향이 있다. 부모가 체벌을 할 때의 의도가 순수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힘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는 행위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인지한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힘과 권력에 따른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쉽다.
즉, 체벌은 부모의 권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방식의 일환으로, 자녀에게 심리적, 신체적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를 통해 자녀의 독립적 존재로서의 존엄성이 침해되고, 자율성과 개성이 억압되는 것이다. 부모의 권위가 자녀에 대한 보호와 지지의 수단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자녀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2. 부모 권위의 왜곡과 자녀의 자율성 침해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권위는 종종 자녀에 대한 통제와 억압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를 단순한 소유물로 여기며, 자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가족 내에서 자녀의 인격과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 체벌을 정당화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녀의 행동을 교정하고 훈육하기 위해 체벌을 사용하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부모 중심적이고 성인 중심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체벌은 교육적 효과가 없고 오히려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체벌은 자녀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낮추며, 부모와의 신뢰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체벌을 경험한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스스로를 옹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더욱이 부모의 권위는 자녀에 대한 과보호로도 나타난다. 중산층 가정의 자녀들은 과도한 사교육과 감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자유를 박탈당한다. 이러한 부모의 과잉보호는 자녀의 자율성과 독립심을 약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자녀를 더 취약한 존재로 만든다. 반면 부모의 방임으로 인해 기본적인 돌봄과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처럼 부모의 권위가 왜곡되어 발현되면서 자녀의 인격과 자율성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결국 가족 내에서 부모의 권위가 자녀에 대한 통제와 억압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 권위는 자녀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데 사용되어야 하며, 자녀의 인격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체벌 금지와 같은 제도적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