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한국 현대시에서 50년대 시의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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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는 또 모더니즘 계열의 시가 양산되는데, 50년대 초에는 <후반기> 동인이 그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김경린, 김차영, 김규동, 이봉래, 조향이 그들인데, 이들은 주로 암울하고 그늘진 색조의 비유들을 인상적인 수법으로 잡아냄으로써 도시 문명의 퇴락적인 면들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한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고전적 정서와 전통적인 가락의 가냘픔에 집착하는 모든 형태의 시를 현실 도피적이라고 비난, 배척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현실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는 실패하는 바, 그것은 현실에 대한 그들의 감상적이고 피상적인 창작 태도 때문이다. 즉, 지극히 감상적이고 일회적인 충격에 그치고 마는 자극적인 단어들의 남발 때문에 그들의 시 역시 현실의 총체적인 구조 파악에는 실패한다. 이 같은 모더니즘 계열의 연장선상에 언어의 인식적 기능에 대해서 극도의 예민함을 보여 주는 일련의 시작 활동이 50년대 말부터 적극 형성되었는데, 김춘수, 신동집, 김종삼 등의 작업이 그것이다. 여기서 김춘수는 특히 사물의 의미를 궁극적으로 규정하는 언어의 인식론적인 위상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두고 창작 활동을 해 나간 시인이다. 하이데거나 훗설류의 현상학적 존재론에 그 일단의 맥이 걸려 있을 듯한 그의 작품 세계는 한국 현대 시사에 시의 형이상학적 지평을 열어 놓았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다. 마찬가지로 신동집이나 김종삼 등도 시적 대상과 언어 및 인식의 상호 관련에 대해 비록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나마 그것들을 꽤 깊이 있게 탐구하는 성실성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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