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허수경
- 최초 등록일
- 2003.01.13
- 최종 저작일
- 2003.01
- 3페이지/ 한컴오피스
- 가격 1,000원
목차
1. 거울 앞의 여자
2.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연가
3. 우로보로스 혹은 마음을 빠져나온 마음이 마음에게로 가기 위한 길
본문내용
허수경의 시에는 배고프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슬픔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해는 유난히 배가 고팠네/그애도 쌀 한 봉지에 하초를 벌리던 그애도/그애 방에 자주 오던 아저씨들도"(2, p.25), "머리칼을 잘라 팔던 날/우연히 지나가던 사진사가 날 찍었다/어느날 눈송이까지 박힌 사진이 나에게로 왔다"(4, p.11), "바다 마을/집 한 채//다리를 오므리고 실파를 다듬는 계집아이/튼 손등에 오그리고 앉은 실파 냄새"(4, p.29) 등의 구절에 나타난 삶의 신산스러움은 "저무는 봄밤"의 풍경이나 "맑은 전등"의 불빛과 어우러져 찬란한 슬픔의 적요로움을 전해준다. 이와 같은 슬픔의 이미지는 {모래도시}의 <나의 회상>에서 '수국'을 닮은 언니의 눈빛으로 나타난다. "남빛이 돌 만큼 흰 얼굴에 조금 수그리고 앞을 보는 것도 땅을 짚는 것도 아닌 눈빛을 언니는 갖고 있었다. (중략) 웃을 때도 늘 수심이 찬 것 같은 얼굴, 일테면 보라수국이 환하게 필 때 어린 나를 까닭없는 아림에 짚혀 꽃그늘에 앉아 있게 만드는 그런 얼굴."(3, pp.49-50) '수국'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유년 시절의 슬픔은 허수경의 화자들을 고로(古老)하게 만든다. 너무 일찍 많은 걸 알게 되어 삶이 쓸쓸해진 "가슴이 무덤에 들어간 아이들"(4, p.48)은 폐허의 더미를 헤매인다. 그래서 "못을 들고 제 가슴을 찌르며 남의 고행을 흉내내는 아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