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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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되고 첫 학기라 학교는 낯선데 집주인 허 노인이 –1937년생인 이철호 혹은 이철환-을 학적부에서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준모는 일본 강점기 때 학적부 찾는 일이고 절차도 모르는데 남의 일로 공연히 나서고 싶지 않았다. 허 노인은 출근하는 준모 앞에 다시 나타나 반복하며 –장담은 못 하는데 1937년 그 어름이라, 농업학교 졸업은 했는지 모르겠다-며 -여순 사건 특별법이 제정되고 한 해 기한으로 피해 신고 접수가 진행 중-인 때니 좀 찾아 달라며 미안해 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이제 노인이 되었고 학살을 목격한 사람이나 유족이 얼마나 생존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1948년 일은 허 노인도 어렸을 때라 어떤 것도 알아챌 수 없었을 것이다. 여순 사건 피해자 신고를 하려니 희생자의 이름이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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