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소개글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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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특히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역사가가 지닌 다양한 측면을 세밀한 분석과 함께 제시함으로써, 역사에서의 역사가의 위치에 대한 이해에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역사를 단순하게 ‘밝혀진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카는 다른 측면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지적하고 있다. 역사란 우선 역사가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역사가의 해석이 필수적이란 것이다. 즉, 카는 역사가의 역할과 역사 그 자체의 실재, 양자 모두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한편 이 책은 어려운 용어나 개념을 풀어서 설명함과 동시에 다양한 예를 들어서 저자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런데 그 근거들은 대부분 영국이나 유럽사의 대단히 자세하고 어려운 내용으로서 상당한 배경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읽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는 역사 진보의 과정이 서구 유럽세계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읽게 되는 책은 번역본이기 때문에 해석의 한계에 따른 문제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종래의 역사철학 관계 저서처럼 난삽한 이론으로 역사의 근본문제를 취급하지 않고, 저자 자신의 깊고 넓은 체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예를 통해 역사의 문제점을 밝히고 자신의 명료한 대답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역사 이론을 단순히 개관하는 책이 아니라 탁월한 역사가인 저자의 역사관을 조리 있게 밝힌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가는 가운데 흔히 과거 역사를 들먹이며 때로는 그것을 찬찬히 되돌아보곤 한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뚜렷한 결실을 맺게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하게 ‘외우기만 하는 역사’에 익숙해져 역사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역사가 왜 중요하며, 또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 과거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가 열어놓은 새 지평은 역사에 대한 본질을 올바르게 인식할 것과 함께 역사가에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요구하는 한편, 역사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진보로의 역사를 고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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