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포조와 럭키에선 더욱 그러했다. ... 포조가 주인이고 럭키가 몸종으로 나오는데 포조에게선 딱히 주인의 강력함이나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았고, 럭키 또한 완벽하게 복종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얼마 후 포조와 끈에 묶인 럭키가 등장하고 그들이 다시 한 번 퇴장하면 한 소년이 등장해 대화를 주고받은 후, 고도는 내일 올 것이라는 대사를 하고 사라진다.
그렇게 럭키에게는 포조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그런데 사실은 포조 역시 럭키에 매여있는 존재이다. ... 포조는 럭키에게 아주 사소한 것 하나조차도 모두 맡긴다. 럭키 는 포조의 명령만 따라 행동한다. 심지어 럭키를 팔아 넘기겠다는 포조의 말에 눈물까지 흘린다. ... 또 다시 포조와 럭키가 등장하지만 고고는 전 날의 일을 기억 하지 못하고, 포조는 장님이 되어버렸다.
이 순간, 다시 포조와 럭키가 등장한다. 하지만 포조는 장님이 되어 있다. 럭키는 넘어지고, 그 상태에서 포조를 끌고 간다. ... 그것은 럭키가 주인인 포조에게 의존하고 있듯이 포조도 짐을 나르고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럭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포조와 럭키는 소유하고 소유 당하는 관계로 포조는 물질적이고 지배적인 인물이고, 럭키는 지적이며 지배당하는 인물로 두 인물의 대조를 볼 수 있다.
이 둘의 모습은 1막과 2막에서 달라지는데, 2막에서는 장님이 된 포조와 벙어리가 된 럭키가 등장한다. 이때, 마치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모습으로 등장을 한다. ... 이 또한 물질의 부질없음이나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는 당시 시민들의 상태를 반영하는 부분이 아닐까 하였다. 1막에서 보았던 포조와 럭키가 2부에서 장님과 벙어리로, 오랜 세월 지난 듯 ... 또한 주제 없이 어울리지 않는 대사들로 이루어진 1막을 다시 2막에 반복함으로써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인간의 상항을 더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1막과 2막에는 방랑자 외에 포조와 럭키라는
나무에 잎이 조금 생기고 포조는 장님이, 럭키는 벙어리가 되고 그들을 연결하는 줄의 길이는 짧아졌으며 음식으로 채워진 바구니는 모래가 들어있다. ... 이 극에서 1막과 2막은 거의 같은 행동들의 반복들로 두 친구가 시간을 보내다가 럭키와 포조가 등장하고 뒤 이어 고도가 보낸 소년이 등장하는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극 사이에 포조와 럭키, 어린 소년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기다림을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 극의 시작부터, 그들이 불명료한 '고도'를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였고 포조와 럭키 등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도 그들은 기다림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2막에서 갑자기 어느 날 이유 없이 눈이 멀게 된 포조는 럭키 없이는 살 수 없게 된다. ... 이렇게 포조가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럭키는 도망가지 않고 여전히 포조에게 순종한다.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이 연극을 보자마자 어항 속에 물고기들이 생각났다. ... 그리고 포조와 로키의 모습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이라고 보여졌다.
이러한 메시지를 엿볼 수 있는 것이 ‘럭키’의 대사이다. ... 포조는 어제도 등장하였지만, 오늘은 눈이 멀어서 등장했다. 인물들은 서로 아무런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 ... 럭키는 우주를 조리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신의 존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데 결국에는 “해골, 해골, 해골”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절망적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모두들 포조가 럭키를 학대하고 있으며, 포조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럭키의 행복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럭키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포조에게서 도망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 따라서 나는 토론주제에서도 간략히 언급했듯이, 포조가 럭키의 고도, 즉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럭키는 포조의 곁에 머물기를 원한다. ... 그런 면에서 포조와 럭키는 어떤 인물일까? 혹자는 포조와 럭키를 블라디미르나 에스트라공처럼 수동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막과 2막의 중간에 등장하는 포조와 럭키. 그들은 또 다른 인간의 삶과 인생의 굴곡을 한꺼번에 상징하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 매일 똑같은 하루가 모여서 어느 날 갑자기 나무에 풀이 돋아나게 되고, 포조와 럭키를 만나듯 무료한 일상에 새로운 일이 생기기도 하며, 그 둘이 갑자기 장님과 벙어리가 되듯이 예상치 ... 하지만 고고, 디디처럼 고도를 기다리지도 않고 포조처럼 어딘가를 향하지도 않는다. 그저 포조에게 묶인 채 시키는 것만을 할 뿐이다.
지배하는 포조와 지배받는 럭키의 관계가 재미있으면서도 굉장히 씁쓸했다. ... 이번에는 포조와 럭키가 장님과 벙어리가 되어 등장한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 다만, 말 못하고 핍박받던 ‘사회적 약자’ 럭키는 아무 말도 못하다가 결국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똑같이 잃었지만 변한 것은 럭키 뿐이다. 그리고는 장님이 된 포조가 말한다.
평소 럭키는 자신의 생각대로 행하지 않고, 포조의 명령에 의하여 수동적인 삶을 산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는 자신의 생각이 우선되어져, 포조의 억압에 저항하게 된다. ... 연극에서 고고와 디디가 주인공이지만, 포조와 럭키 역시 큰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 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포조는 럭키의 못에 밧줄을 매달아 끌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잡일을 시킨다. “이 돼지같은 놈아!” 라고 구박을 준다.
맹인이 된 포조와 벙어리가 된 럭키가 등장한다. 포조가 맹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럭키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또 다시 그들과 시간을 보낸 후, 포조와 럭키는 퇴장한다. ... 포조와 럭키는 무슨 관계인가? 나는 포조와 럭키의 관계가 사회 혹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 포조와 그의 노예 럭키가 등장한다. 중요치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후, 포조와 럭키가 퇴장한다. 소년이 등장해 오늘은 고도가 못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때 포조가 나타났다. 포조는 럭키라는 동물을 인력거로 사용하여 움직이고 있었다. ...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포조에게 어제 우리가 만났다며 말하지만 포조는 “그냥 어느날이라고 하면 됐지 여느날과 같은 어느날 럭키는 벙어리가 되었고 나는 장님이 된거요. ... 그리고 럭키를 다루는 포조의 행동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이중적인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같은 행동이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이다.
럭키는 고꾸라진다. ...포조는 가방을 들려 준다. ... “(포조가 럭키의 목에 건 밧줄로 럭키를 몰고 들어온다.)” 포 계속 가! (채찍을 후려친다...포조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보더니 잠시 멈춘다. 밧줄이 팽팽해진다. ... 포조 한 걸음 물러 선 채 채찍을 후려친다.) 앞으로! (럭키,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간다.) 뒤로! (럭키, 비틀거리며 뒤로 간다.) 돌아서! (럭키 돌아 선다.) 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