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시사 작품론

소개글

춘하추동 4계절의 아름다움을 세세한 표현을 통해 드러내 읽는 이로 하여금 머릿속에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게 만들어주는 고산 윤선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부사시사>에 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지금으로부터 수 백 년이 떨어진 공간에서 당대의 철저한 현실과 자연에 대한 인식을 읊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서도 멀지 않는 미감을 느끼게 해주는 <어부사시사>는, 그야말로 시대를 뛰어넘어 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뛰어난 우리 문학 작품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어부사시사>에서 부정적 현실로 인하여 몸은 은거하였으되, 시적 주체의 사회에 대한 관심은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이든, 이상적 질서 회복에 대한 바람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체의 심적 태세는 현실 개혁에 대한 한층 강렬한 의지를 내함하고 있었다. 윤선도 개인의 차원에서 보자면 이러한 시세계 구현 양상은 <어부사시사> 이전부터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의 표현을 국문시가 어부노래만의 사적 맥락에서 한정하여 살펴본다면, 이것은 16세기 단가 형식의 어부노래로부터 계승되어 좀더 강화되고 구체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승사의 한 요소와 개인의 시적 성향이 합치되면서 어부노래의 강렬한 현실 인식은 <어부사시사>에서 정점을 형성하였다고 생각된다.

목차

1. 작품전문
2. 주제
3. 기존 연구
1) ‘興’의 성격
2) 여음구의 사용
3) 서시적 표현
4) 세세한 자연미의 묘사
5) 회화적 풍취
6) 강호자연과 현실의 이분법적 대립
4. 감상

본문내용

고산 윤선도가 작품을 형상화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겼던 것은 앞서 언급한 ‘흥’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어부사시가>에 쓰인 갖가지 수사법들과 표현도 결국에 위에서 말한 ‘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고 할 수 있다. 작품에 있어서 표현양식과 방법은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으며, 그 연관성 아래에서 연구될 때에 보다 짜임새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흥’의 성격에 대한 규명을 한뒤, 구체적인 표현상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1) ‘興’의 성격

나믄 흥이 무궁니 갈길을 니젓땃다 (春 9)
긴 날이 져므줄 흥의미쳐 모도다 (夏 6)
낙시질도 려니와 취거시 이흥이라 (秋 4)
눈 쁘린길 블근곳 훗터딘 흥치며 거러가셔 (冬 10)

위의 인용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어부사시사>에는 ‘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작품의 창작의도와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즉 <어부사시사>를 통해 ‘어부지락’, ‘어부의 흥취’를 극대화하려고 했던 고산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작품에서 ‘흥’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실제 작품 감상에 있어서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어떤 흥취를 불러일으키는 것에서도, 그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고산이 작품을 통해서 누누이 드러내려 했던 ‘흥’이란 무엇일까?
명리와 부귀를 탐하는 세속적 삶으로부터의 隔絶을 추구한다는 기본 주제는 고려 말의 <어부가>와 <농암 어부가> 및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에 공통적인 것이다. 이 주제를 떠받치는 세계인식이 ‘혼탁한 정치 현실’과 ‘淸淨한 강호’라는 대립적 공간 구도를 동반한다는 점도 다를 바 없다.
<농암 어부가>의 경우 작품의 주지는 ‘세속으로부터의 초월, 강호에서의 平靜과 自樂’이지만, 그 내면에는 修己 ․ 治人의 완성이라는 유가적 이상의 한 부분을 포기 또는 유보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 탄식이 지워지지 않는 심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농암 어부가>의 어부는 마음을 다 터놓고 강호의 즐거움에 몰입하지 못한 채, 근심의 빛깔이 서린 자기 억제의 풍모를 간직했던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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