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감상문]백가흠, 귀뚜라미가 온다
- 최초 등록일
- 2006.06.19
- 최종 저작일
- 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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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백가흠의 『귀뚜라미가 온다』단편집에서
「귀뚜라미가 온다」에 대한 감상문이며,
현대소설론,강좌의 내용과 관련있는 분들이 보세요 !
목차
없음
본문내용
작품의 제목에서는 하늘과 땅의 교접, 남과 여의 사랑이 갯바람처럼 거칠고 비린 냄새가 난다. 능도 유원지에 있는 바람횟집과 달구분식이 소설의 무대다. 두 집은 한 지붕을 나눠쓴다.
작품 속에서의 절대적인 작가의 힘에 새롭게 놀라며 오랜만에 실컷 경악할 수 있었다. 현대사회의 트렌드 속에서 하나의 코드로 자리 잡은 연상연하 러브라인이 이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바람횟집’에는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품은 서른넷의 ‘뚱띵이’와 전어 들여온 기념으로도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하는 스물여섯의 남자가 살고 있다.
옆방에서 달구가 노모를 두들겨 패는 소리가 듣기 싫을 때도 섹스에 전념한다. 남자는 의협심을 발휘해 술 깬 달구의 패륜을 징치하기 위해 주먹을 휘두르기도 한다. 이 단편에 흐르는 섹스와 폭력은 그러나 읽는 이 입장에서는 애달프기만 하다. 작가는 달구도 노모도 남자도 여자도 다 애련하게 만든다. 그 어찌할 수 없는 슬픔 덩어리들을 태풍 ‘귀뚜라미’가 몰려와 다 쓸어가 버린다.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점차 음조를 높여가는 광시곡의 뒷맛을 남기기도 하는 수작이다.
그리고 옆 집. 모 방송의 사회문제고발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달구분식’의 밤, 그 밤의 하얀 전쟁. 피멍으로 물들었던 지난밤의 일들을 다음날 아침이면 기억하지 못하는 달구는 아침에는 늘 효자요, 저녁 즈음이 되면 무엇에 그리 맺혔는지 욕지거리를 하며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모르는 분노는 노모를 향해 날아간다. 사박하게 메말라버린 사회를 비아냥거리는 작가의 중얼거림이 ‘달구분식’의 방 조그마한 틈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는 배앓이를 하기 전의 초조와 긴장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가난한 삶을 가진 주인공들에게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력도 희망도 주지 않는다. 섬 안의 그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장사 때문에 항상 안절부절못하며 전어철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바람횟집’의 여자. 달구의 폭력을 입을 틀어막으며 감내하는 노모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틈으로 몸을 감추며 매일 밤을 보낸다. 한 지붕 아래 두 집에서 밤마다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서로가 알고 있지만 크게 아는 체 하지 않는 태도는 흔히 볼 수 있는 요즘의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참고 자료
현길언,『한국 현대소설론』,태학사,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