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
- 최초 등록일
- 1999.02.24
- 최종 저작일
- 199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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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여수의 사랑
이 소설은 REVIEW 94년 겨울호에 실렸던 한강의 작품입니다..
상처의 시절은 단단히 기억하지,
밀려온 진눈깨비조차 / 참 따뜻한
나라라고 (김명인의 시 [여수])
여수,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있을 것이다. 여수만(灣)의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 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것이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
질 것이다. 부두 가건물 사이로 검붉은 노을이 불타오를 것이다. 찝찔한 바닷
바람은 격렬하게 우산을 까뒤집고 여자들의 치마를,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솟
구치게 할 것이다.
얼마만큼 왔을까.
통곡하는 여자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빗물이 객실
차창에 여러 줄기의 빗금을 내리긋고 있었다. 간간이 벼락이 빛났다. 무엇인
가를 연달아 부수고 무너뜨리는 듯한 기차 바퀴 소리, 누군가의 가슴이 찢어
지고 그것이 영원히 아물지 않는 것 같은 빗소리가 아련한 뇌성을 삼켰다. 음
산한 하늘 아래 나무들은 비바람에 뿌리 뽑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
었다. 젖은 줄기와 가지가 금방이라도 부러질듯 휘어졌다. 노랗고 붉게 탈색
된 낙엽들이 무수한 불티처럼 바람 부는 방향으로 흩날렸다. 조금 큰 활엽수
들은 의연하게, 줄기가 여린 묘목들과 갈대숲은 송두리째 제 몸을 고통에 바
치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도, 그들의 뿌리를 움켜 안은 대지도 놀라운 힘으
로 인내하고 있었다. 무수한 보릿잎 같은 빗자국들이 차창과 내 충혈된 눈을
할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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