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의 개념 및 역사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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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공공미술에 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기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게임을 준비하면서부터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를 열어야 하는데 보여줄 것이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조형예술품’은 아주 적절한 대안이었다.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작가들의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하지만 정부는 그 비용을 거의 민간에게 돌렸다. 작가들의 생존 기반을 마련하고 도시 미관을 위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건축주들은 건축비용의 일부를 부담했다.

이렇게 출발한 공공미술은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라는 이름으로 의무 적용되었고, 1967년 존 윌렛이 <도시 속의 미술>에서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을 때처럼 그저 공공장소에 놓인 미술을 가리켰다. 당시에는 미술을 공공공간에 가져다 놓은 것만으로도 도시 환경을 갱생하고 인간화한다고 여겼다.

거리에는 매년 수백 개의 조형물이 들어섰다. 1천억 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자본시장이 열리자 이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쏟아져 나왔다. 미술계 일부에서 전체 설치조형물의 수위를 점령하다시피 하며 투명성을 훼손시켰고, 질 떨어지는 작품이 ‘공공미술’로 둔갑한 채 사회적 호흡을 강요했다. 건축물 내부엔 단골 작가들의 회화가 곳곳에 걸렸다. 제자들을 데리고 하룻밤에도 수 점씩 그렸다는 작가들의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공공조형물 설치권을 따내기 위해 미술단체장에 입후보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릴 정도였으니 그 폐단이 실로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폐단에 문제를 제기한 측은 미술인들이 아닌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도 할 수 있는 대중이었다. 미술장식품(환경조형물)을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토록 한 게 정부였고, 그것이 못마땅해 공공미술의 진수를 펼치겠다고 팔을 뻗은 게 작가들이었다면, 시각공해를 호소하며 제발 철거해달라고 주문한 게 바로 공공의 주역인 익명의 공중이었다.

참고 자료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 / 홍경한 / 재승출판 / 2017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