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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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서울 코엑스에서 도서전시회가 있어 들렸다.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가 동양고전코너에서 발길이 머물렀다. 수많은 책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책이 있었다. 제목이 바로『음담패설』이었다. 음담패설(淫談悖說)하면 한자에서도 보듯이 “음란할 음, 이야기 담, (도리에) 어그러질 패, 말씀 설”자를 써서 일반적으로 “음탕하고 덕의에 벗어나는 상스러운 이야기”를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陰膽覇說로 한자를 바꾸었다. 陰자는 陰謀에서, 膽자는 膽大에서, 覇자는 制覇에서 따온 말로, “거침없는 음모(陰謀)와 담대(膽大)함으로 세상을 제패(制覇)한 전설(傳說)같은 이야기”를 줄여서 음담패설이라는 제목을 만들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낚시제목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넘기며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데 갑자기 “형님이 여기 웬일이세요?”라며 아는 체 하는 사람이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청주시립도서관에 근무하는 후배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니 이 친구가 “형님 그 책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을 보니 관심이 있는가보네요. 제가 사드릴께요.”하면서 책값을 지불하여 엉겁결에 책을 선물을 받았다. 책을 받은 지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제야 책을 펼치게 되었으니, 그 친구의 성의를 내가 너무 무시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책을 펼치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요즘은 동양고전이 재미가 있어진다. 여기에는 우리의 모든 인생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수천년의 역사를 통하여 전해져 오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내용들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동양철학과 동양고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커다란 이유가 있다. 지난 100여년 동안 철학, 산업, 의식주 등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모든 면에서 서구화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인종 자체가 서구화 된 것은 아니다. 또한 동양철학을 없수이 여기고 서양철학을 많이 배웠다고 하여 우리의 사유 체계가 서구화 되지는 않았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우리 고유의 사고체계에 대한 유전자를 받아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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