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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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만약 이 세상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사람만 볼 수 있게 된다면’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두고 있다. ‘백색실명’이라는 전염병이 빠르게 퍼져나가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머는 대혼란 속에서 작가는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의 눈을 통해 인간의 본성, 선과 악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시와 등장인물들을 모두 무명으로 설정한다. 단 한 번도 이름 붙여지지 않는 도시와 ‘의사’, ‘의사의 아내’,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 등 이름 없이 불러지는 등장인물들. 이러한 무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이 사는 도시를 떠올리게 하며 등장인물마다 감정이입을 하게 해 깊은 몰입에 빠져들게 한다. 또, 직간접 화법을 구분하지 않고 마침표와 쉼표만을 이용한 작가의 독특한 문체는 읽는 이의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데 약 500페이지가 되는 분량(다른 소설의 단락 바꾸기, 줄 바꾸기를 생각한다면 그 이상의)임에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전개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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