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써클

소개글

폭력써클
감독: 박기형
주연: 정경호, 이태성, 장희진
감상문입니다

목차

1. 부끄러우면 안 된다
2. 폭력
3. 학교

본문내용

1. 부끄러우면 안 된다.

최경철 역을 맡은 김혜성의 연기력도 괜찮았지만 연기의 압권은 한종석 역의 연제욱이라는 배우다. 이 배우는 반올림에서 쾌활하고 유쾌한 캐릭터를 보여준 바 있는 소년이었다. 이 영화에서 그는 한종석의 광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는 인생을 반쯤 포기하고 사는 캐릭터다)를 대단히 잘 표현했다. 흰자위만 드러나 상대를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눈자위, 거슬리는 행동들. 진짜 양아치의 포스를 제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작은 덩치에서 나오는 압박감은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연기로 훌륭하게 극복해내었다. 실제 싸움 잘 하는 아이는 주먹도 작고 덩치도 그렇게 크지 않다. 싸움은 기술로 하기 보다는 깡으로 하는 것이다. 어쨌든 연제욱은 앞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일 주일 만에 대다수 상영관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폭력을 멋지게 그린 것도 있고 폭력의 끝은 감옥이라는 대단히 계몽적인 테마를 가지고 있었지만 관객은 외면했다. (감독 역시도 폭력이 어떻게 끝나는지 보여주고 싶은, 다소 계몽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티켓 파워가 있는 주연배우가 없었다는 점 등 마케팅의 실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떠나서 영화만을 보면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이야기의 호흡도 빠르고 젊은이들이 느끼는 갈등도 잘 표현해 내었다. 그네들의 인생관이란 별 거 없다. 극중 창배의 말처럼 ‘쪽팔리고는 못사는 것’이다. 쪽 팔리면 그 동네를 떠나야 한다. 그게 그들의 자존감이자 인생이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영화의 캐릭터는 이해할 수 없다. 한종석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영화의 헤드카피는 ‘여기서 끝나도 좋다’이다. 영화는 이런 컨셉(concept)을 잘 잡아 잘 그려내었다.
쪽 팔림의 절정은 배신이다. 여기서 우정이 지고지순한 가치로 등장한다. 우정은 사랑도 극복해야 하고 패밀리의 사정도 극복해야 한다. 좋은 집안의 아이들은 같은 폭력을 저질러도 일상으로 바로 복귀할 수 있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그대로 늪에 빠진다. 우정이 극복할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생기는 것이다. 상대와의 감정적 갈등만 이겨내면 다른 것은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라. 경찰서에 잡혀 간 그들 중 둘 만 정학을 받는다. 이런 것들이 우정이라는 것의 모순된 실체이다. 영화에서 계층간 갈등의 문제는 꼭 짚어 주어야 한다.

1991년의 폭력을 그렸지만 현재의 폭력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언급해야 할 것은 왜 1991년이냐는 것이다. 92년에 문민으로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1991년은 군부정권의 마지막 해이다. 그런 맥락으로 시대적 배경이 필요했을 것이지만 군복이 개구리복이 아닌 카키색이라는 것 말고는 그런 메시지를 얻기 힘들다. 김완선의 노래와 춤 말고도 그 시대만의 맥락을 이해할 만한 장치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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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