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론] 은희경 - 내가 살았던 집
- 최초 등록일
- 2002.12.09
- 최종 저작일
- 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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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삶을 지속하기 위해 육체는 늘 보살핌을 받는다. 인간의 삶이 육체가 있을 때까지만 존재한다는 데에 육체의 권능이 있었다. 아무리 멋진 정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육체가 죽어버리면 하는 수 없이 멋 부리기를 끝내야 한다. 고통의 수식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에 속한 세계의 규칙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과는 반이나마 썩어 있었다. 썩은 것을 골라내면서 그녀는 사과 역시 자기들끼리 닿아 있는 부분에서부터 썩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았다. 가까이 닿을수록 더욱 많은 욕망이 생기고 결국 속으로 썩어문드러지는 모양이 사람과 비슷했다. - 은희경 내가 살았던 집 中에서
은희경의 글은 날카롭다. 모든 좋은 글이 그러하지만, 내 속에서 뭉뚱그려져 있던 것이 반짝이고 날카로운 말이 되어 드러날 때, 묘한 환희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그녀의 글은, 그녀의 고민은 아직 승화되지 못해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단편도 마찬가지다. 몇 십장밖에 안 되는 글이지만, 수많은 책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도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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