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의 소설 카스테라를 읽고, 나는 수학보다 산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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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 산수는 수학과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등장한다. 요컨대, 수학은 부자들의 이해타산을, 산수는 가난이 대물림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인 나가 시급 3,000원을 모아가며 힘겹게 살아가는 삶을 가리키는 말이다. 수학이 필요한 인생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삶은 하찮은 크기의 산수를 하다 끝난다고 보고 있다. 주인공의 삶 역시 산수에서 마무리 지어질 것이라며 수학이 필요한 인생을 추구하는 삶을 이상향을 좇는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긴다. 작중에서 주인공의 친구가 연예인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결국엔 모두 같은 산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속으로 자조하는 장면에서 이를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물려받은 아버지의 산수를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으로 묵묵히 수용할 뿐이다. 그렇다면 왜 주인공은 수학 정도가 필요한 삶을 바라지 않게 된 걸까? 세상에 대해 주인공이 갖고 있던 막연한 환상이 산산조각 나게 된 것은 좁고 허름한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고 있던 아버지의 처량한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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