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지전'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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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 중 최고의 흥행을 누렸던 영화는 단연코 「태극기 휘날리며」이다. 전쟁이라는 공포의 상황 속에서, 뜨거운 형제애로 표현된 주인공들의 휴머니즘이 동정, 연민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대작의 반열에 오른 이 영화가 ‘전쟁 그 자체’를 제대로 표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과장하자면 ‘휴머니즘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쟁이라는 배경을 이용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래도 너무 과장된 비판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나는 장훈 감독의 「고지전」을 보았냐고 되묻겠다. 전쟁의 참혹함은 물론이요, 극한의 ‘허무함’을 선사하며 ‘전쟁’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판문점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1953년 휴전 협정에 대한 초안이 오가던 곳이다. 판문점에서 여러 차례의 회담이 오가는 동안, 휴전선 인근의 고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투가 반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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