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과 기억) 시적상상력과 현대사회 2차과제
- 최초 등록일
- 2012.05.31
- 최종 저작일
- 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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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시적상상력과 현대사회 인터넷강의 2차과제 주름과 기억 책 요약
목차
없음
본문내용
홍신선의 시는 집요하게 폐허의 풍경을 그려낸다. 농촌의 빈궁 체험에서 유래했던 거의 현실에 대한 부정의식은 1970-1980년대의 사회적 모순과 억압에 대한 지식인의 환멸을 경유하여, 이제 세기말과 세기초의 경계에 위치한 폐허의 시대의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홍신선의 현실에 대한 부정의식은 저항의 차원으로 급진화되지 않고 내면 공간 속으로 역진하여 환멸의 자의식으로 전이된다. 이 환멸의 자의식은 현실의 모순과 억압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그 굳건한 폐허의 의식은 다시 현실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하나의 비극적 세계인식으로 자리잡는다. 그리하여 홍신선의 시는 일관되게 현실의 어둠을 부정과 환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것을 폐허의 풍경으로 묘사하게 된다. 그러므로 홍신선 시의 핵심적 기법인 ‘풍경의 묘사’에 개입되어 있는 현실과 내면의식의 역학 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그 시세계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3부 ‘세기말을 오르다가’에 수록된 시들을 관류하는 것은 세기말로 진입하는 문명의 현실을 부정의식으로 바라보며 그 허무의 빈틈을 열어 내면을 비우는 작업이다. 여기서 “마음 뒤집힌 전복?”의 의문형 문장은 어떤 시인의 태도를 내포하고 있을까? “이 정도에 목숙 망해?/인류 망해?”와 함께 읽는다면, 그것은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 아이러니의 정신과 결합하여 나타나는 일종의 풍자의 태도임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이 문장은 우리 시대의 삶이 상실하고 있는 것이 “마음”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므로 홍신선의 환멸과 풍자의 정신은 한편으로 뒤집힌 마음을 바로잡는 대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그것은 이 시의 후반부에서 “이 따위 할아버지와 일가는 알지도 못하는/숱한 나는 누구인가?/너는?”에서 역으로 드러나듯, 가족이 중심이 된 공동체적 삶을 긍정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시인이 주시하는 원인은 바로 “새고 있는 시간” 혹은 “균열진 틈”이다. “갈라지고 붕괴”되는 세계는 이 시간의 누수와 풍화작용에 의해 생겨난다. 시인은 욕망이 무한 증식하는 천민자본주의의 구조적 근거를 근원적인 시간의식으로부터 얻어내는 것이다.
참고 자료
오형엽/작가/주름과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