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소설] 백수
- 최초 등록일
- 2010.12.16
- 최종 저작일
- 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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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자작 소설]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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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난 지금 산을 타고 도서관을 향해가고 있다. 당연히 산길 말고도 딱딱한 검은색 아스팔트를 지나 편하게 가는 길이 있지만 그 길보다는 산으로 가는 것이 대략 15분쯤 절약된다. 맑은 공기도 마시고 지금까지의 운동부족을 이번 기회에 단번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산길을 사랑하는 이유는 부모님과 마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담배를 피면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맑은 공기와 운동부족 그리고 담배가 아이러니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내가 걷는 발자국 뒤로 하얀 연기가 마치 안개처럼 쏟아져 내릴 때 마치 이 길이 내 것 같아서 좋다. 담배는 오르막길에서는 피지 않는다. 오르막길에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직 땅을 딛고 올라서는 내 발을 바라본다. 한발 한발 올라가는 사이로 형용할 수 없는 산의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는 새들의 합창이기도 하면서 나무의 속삼임 같기도 하다. 오직 새벽 4시에서 5시에만 들리는 평화로운 소리이다. 이제껏 이런 생활을 왜 하지 못했는지 자신에게 자주 묻곤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싶다. 다른 사람이 옆에 함께 있는 시간들에 지쳐 있었다. 매일 비슷한 대화에 똑같은 행동들도 지겹다. 그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신경을 쓰며 나를 표현하는 것도 힘들다. 가끔 다른 사람의 대화에 맞춰주고 있는 내 보습이 한심스럽기도 하다. 오직 나만의, 그 누구도 침범이 불가능한 그런 장소와 시간이 너무도 필요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대략 2주일 정도 되었다. 서울에 있던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취방을 빼고 부모님의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결국은 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난 취직을 하지 못했다. 백수다. 내 손이 실제로 하얀 손은 아니지만 아무튼 일을 하지는 않는다. 부모님께서는 잘 돌아왔다고 말씀하시지만 내 마음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좋은 거라고는 3끼 식사를 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함께 할 친구도 없고 담배도 내 방에서 피지 못하고 나만의 용돈이 사라졌다는 점이 나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껏 열심히 놀아온 대가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현재의 나의 목표다. 모든 것은 긍정적 마인드와 운명론적 사고만 있으면 삶이 크게 힘들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만한 나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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