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1944년 처칠이 대규모의 민간인 학살을 ‘이름 없는 범죄’라고 불렀던 것을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법학자인 라파엘 렘킨(Raphael Lemkin(1900~1959))은 『점령된 유럽에서의 추축국 통치(Axis Rule in Occupied)』라는 책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제노사이드’는 인종이나 종족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genos'와 살인을 의미하는 라틴어 ‘cide'를 결합하여 만든 것인데 렘킨은 이 말을 통해 “한 국민이나 한 민족 집단에 대한 파괴”를 개념화하고자 했다. 렘킨이 보기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집단 학살(mass murder)'이라는 말은 나치 독일이 저지른 국가 범죄를 설명하기에는 매우 부정확했는데 그 이유는 새롭게 나타나는 20세기형 조직적 범죄의 양상들 가운데 일부는 설명해주지만, 그 범죄의 근본적 동기와 전모를 해명하는 데는 불충분하기 때문이었다.목차
Ⅰ. 한국의 제노사이드Ⅱ. 한국 민간인 학살 - 제주 4.3사건부터 한국전쟁까지
2-1. 제주 4.3항쟁
2-2. 여순사건
2-3. 문경 양민 학살사건
2-4. 보도연맹 학살사건
2-5.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
2-6. 거창 양민 학살사건
2-7. 국민방위군 사건
Ⅲ. 결론
본문내용
한국의 법에는 국가가 국민을 집단적으로 살해한 것에 대해 죄책을 묻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데 국내법 어느 조항에도 국가의 범죄성을 명시한 내용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학살사건의 불법성은 국제적인 법 규범에 의거할 수밖에 없는데 국제사회에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 ‘전쟁범죄’ 규정, 유엔 제노사이드협약(1948)이 있다. 제노사이드의 협약의 내용은 “국민, 인종, 민족, 종교 집단 전체 혹은 부분을 파괴할 의도를 가지고 실행된 행위”를 의미하며, 렘킨 자신이 기안과정에 커다란 역할을 했던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은 제노사이드의 희생자들을 ‘민족적, 인종적, 종족적 혹은 종교적’ 집단으로 한정하고 있다.이렇듯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의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땅에서는 제노사이드가 일어난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대규모의 민간인 집단 학살 가운데 국민이나 민족, 또는 인종이나 종교의 갈등에서 비롯된 예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노사이드 협약을 탄생시킨 2차 대전 직후의 세계의 시대정신은 저항 수단이 없는 민간인에 대한 집단 학살만큼은 인류의 이름으로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특정한 집단 학살 사건이 제노사이드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제노사이드의 책임이 공론화될 것을 두려워한 소련을 포함한 몇 개 국가의 입장이었지, 세계인의 입장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을 제노사이드로 볼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해서 최근 몇몇 학자들이 긍정의 견해를 내놓았는데, 제주 4․3과 보도연맹 학살을 포함해 한국전쟁 중에 일어난 민간인 학살을 제노사이드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을 내놓는 학자들의 공통점은 제노사이드의 핵심적인 특징을 국가 범죄라는 점에서 찾는데 있다. 가해 주체가 국가나 그에 준하는 권력을 소유한 집단과 그 대리인일 때 우리는 어떤 집단 학살 사건을 제노사이드라고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모든 국가 범죄가 제노사이드는 아니고 학살된 사람의 수, 학살의 대상이 되었던 집단 구성원 가운데 실제로 학살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 학살의 동기, 의도와 계획의 존재 여부 등이 검토된 뒤에야 우리는 그 사건을 제노사이드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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