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요 쌍화점 작품론

소개글

쌍화점을 고려속요뿐만 아니라, 우리 고전 시가에서 남녀상열지사의 대표적 작품의 하나로 손꼽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과연 이 작품의 내용이 고려사회전반을 반영하고 있을까하는 점이다. 마치 후대 사람들이 장정일의 소설과 이러한 성향의 조형물, 그림 등을 두고 우리시대 우리사회의 성 풍속을 그랬을 것이다라고 추정하는 꼴과 같은 상황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원래 문학 등의 예술작품들은 그러한 기능을 과장한 면이 많고, 그러한 일탈의 미가 예술적 가치로 (특히 문학에서는 대중들의 대리만족이나 욕구 충족에 의해 더욱 지지를 받는 경우가 있다)부각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려사』에 나오는 열녀들, 고려인의 성관념, 원에 대한 공녀에 관한 일화, 사회적 인식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고려는 그렇게 문란한 나라는 아니었을 것 같다.
우리가 우리 시대의 전 단계들을 모두 ‘과거’로 통칭해 놓고 ‘과거에는 지금보다 보수적 이었다’ 라고 관념 박아 놓았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을 뿐인 고려가 과장되게 왜곡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쌍화점을 읽으면서,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비교하면서, 고려 사회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내내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이다.

목차

1. 작품요약
2. 주제
3. 기존연구
▶ 쌍화는 무엇이며, 회회아비는 누구인가.
▶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의 신분은?
▶ 긔 잔 티 덤ㅅ 거츠니 업다 - 가장 논란이 많은 대목
▶ 용의 정체?
4. 감상

본문내용

▶ 쌍화는 무엇이며, 회회아비는 누구인가.

충렬왕 이후 공민왕 초까지 80여 년 간 고려는 원의 속국이 되어 거의 자주성을 상실했으며 온전한 국가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원에 복속된 이후에는 심하게 내정의 간섭을 받았으며, 왕위 계승도 원이 좌지우지했다. 또 원으로 인한 사회 문제도 많이 대두되었는데 그 중 인삼, 매의 공출과 공여(貢女) 징발 문제가 고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 외에도 몽고가 처음 침략해 왔을 때 고려 여성의 성적 수난을 엄청나게 컸다. 외침 시 몽고군에 의한 고려 부녀자의 약탈·능욕은 비일비재했으며, 특히 충렬왕 때 합단(合丹)의 군사 수만 명이 두 고을을 함락시키고는 부녀자를 윤간하고 포를 떴다는 사실(『고려사절요』권21 충렬왕16년 12월조)은 외부 세력에 의한 고려 여성의 수난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쌍화점> 제 1연에 나오는 회회아비는 이런 외부 세력의 극히 일부에 해당된다. 그 구체적 사례로 고려후기인 원 복속 때 원 제국공주의 사속인(私屬人)인 겁령구(怯怜口)로 고려에 들어 온 사람 중에 장순룡으로 이름을 고친 삼가(三歌)는 회회인으로서, 궁중에서 세력이 아주 컸다. 그는 부지밀직사사(副知密直司事)와 대장군의 관직을 받기까지 했다.
또 회회인들은 왕을 위하여 신전에서 향연을 베풀 정도였다. 더구나 충렬왕은 재상들이 사육과 사냥을 맡은 응방의 페혜를 없애도록 간하자 이를 듣지 않고 도리어 원 황제의 신임을 받은 회회인들에게 응방을 관리토록 하여 재상들로 하여금 다시 말을 꺼내지 못하도록 하려 한 일도 있었다. 이러하므로 회회인 중에는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가축을 도살하는 등의 피해를 고려 백성들에게 입힌 자도 있었다.
이런 사정으로 짐작해 보건대 왕과 내료들이 막강한 원의 힘을 얻고 있는 회회아비의 비행을 궁중놀이에서 가무의 내용으로 연회하여 그들의 질시를 샀을 까닭이 없다. 다만 이런 회회아비로 대표되는 외부 세력이 막중한 억압을 직접 받은 백성들 사시에서는 민요가 자연스레 생겨나서 바람처럼 번져나갈 수 있었음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작품에서 제시된 공간은 행위주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간이다. 삼장사-사주, 우물-우물용, 술집- 그짓아비의 관계에서 보이듯, 행위주체의 생활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행위주체인 회회아비는 어떤 인물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삿기광대라는 그 다음의 표현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때 어른 광대라는 의미가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양주동, 박병채는 쌍화를 饅頭라고 보았는데, 만두는 새끼광대와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으므로 타당하지 않다. 다른 연의 의미흐름과 같은 맥락에서 보면, 쌍화점은 쌍화를 파는 곳이고, 회회아비는 그 주인이 되며, 삿기광대는 쌍화점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삿기광대는 회회아비 휘하에 소속되어 있다. 2연에서 사주와 삿기상좌의 관계처럼 회회아비를 삿기광대에 대응하는 어른(큰) 광대라고 가정한다면, 그 관계에서 쌍화는 광대들이 파는 물건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쌍화점의 점주는 외인인 회회아비이고, 쌍화를 파는 점주 밑에는 삿기광대가 있다. 그러므로, 쌍화점은 광대들의 연희와 관계되는 도구를 파는 상점으로 상정해 볼 수 있다.

참고 자료

김쾌덕, 「雙花店의 형성 배경과 내용 특성」,『고려노래 속가의 사회배경적 연구』,국학자료원, 2001.
姜晳中,「<雙花店> 小考」,『한국고전시가 작품론 1』, 白影 鄭炳昱 先生 10週忌 追慕論文集 刊行委員會, 1992.
朴魯埻 ,「雙花店의 재조명」,『高麗歌謠의 硏究』, 새문사,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