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풍습과 이성과의 대립에 대하여- 이해조의 『구마검』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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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풍습과 이성과의 대립에 대하여- 이해조의 『구마검』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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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검』은 옛 육의전 거리의 묘사로 시작된다. 북촌 재상가와 남촌 샌님 거주 지역 사이에 자리 잡은 다방골 부자들의 모습을 세세히 그려 주고 있다. 이들을 통해 당시 백성들의 삶 곳곳에 미신풍습이 만연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중 최씨 부인의 행위들은 미신풍습이 얼마만큼 일상생활의 부분 속에 침투해 있는 지를 증명해준다. 이것은 최씨 부인만의 독특한 것이 아니라 당시 일반 백성들의 삶에 깊숙하게 배어있던 의식세계라고 볼 수 있다. 자연의 현상에 대해서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었던 시대에 인간이 풀 수 없는 문제들은 신과 관련지어 숭배했던 것이다. 이런 의식세계가 결국은 당시 사람들에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의 힘으로 풀어 버리게 만들었다. 또한 그보다 절박한 상황에 닥치게 되어 부정적인 결론 앞에서는 자신의 운명 탓으로 여겨 쉽게 체념하고 순응하는 삶을 살게 한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자연의 여러 가지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이전에 믿었던 신비하고 초월적인 현상들이 하나하나 인간이 풀어갈 수 있는 문제로 일반화되었다.
소설에 그려지는 당시의 미신풍습은 일반 백성들의 무당에 대한 믿음과 죽은 자와 내세에 관련된 두려움, 풍수지리에 의지하는 매장 풍습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신이라 불리는 무당은 백성들과 신을 연결해 주는 자로서 대접을 받는다. 또한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산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굿과 같은 제례의식을 통하여 그들을 위로하면 해악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상의 묘를 아무 곳에나 쓰지 않고 지세를 파악하여 길한 자리에 매장하면 자손들이 후대까지 복을 받는다는 생각이 소설의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읽는 독자들에게 미신적인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그 존재를 배척해야 함을 알리고 있다.
『구마검』에 나타난 무당은 ‘남의 눈치 잘 채우고, 남의 말 넘겨짚기 잘 하고, 아양․능청․온갖 재주를 구비’한 사기꾼과 같다. 이해조는 무당이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신과 가장 가까운 대리인이 아닌 주변의 정보와 계교를 꾸며 사람을 미혹하는 범죄자와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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