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한국 민족주의의 역사성과 전망

소개글

한국에 있어 가장 민감한 주제중의 하나인 민족주의는 식민지시기의 산물인 반일주의와 분단시대의 산물인 반공주의, 그리고 최근의 자주성 논의와 함께 논의되는 반미주의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민족주의가 단순히 역사적 차원에서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차원, 즉 정치적인 모습으로서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즉 민족주의를 바라보는 측면에 따라 역사학과 정치외교학이 서로 각기 다른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민족주의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가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민족주의에 대한 인식은 한국 사학계가 가지고 있던 민족주의에 대한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해방이후 남한에 있어 반공이데올로기와 함께 신성불가침한 것으로까지 여겨진 민족주의는 고려 무신정권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같은 모습으로서 정권 정당화의 도구로 사용되는가 하면, ‘성웅’ 이순신과 같이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위인들을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저항적 민족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국민’형성을 위한 국가주의적인 모습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근대사에 있어 저항적 민족주의가 가지는 절대적 가치 앞에서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존재할 수 없었다.

한편 민족주의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는 사학계에서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한말이후 식민지시기에 있어 한국근대사의 당면과제는 ‘反帝國主義, 反封建體制를 통한 근대 민족국가의 형성’이었다. 이러한 한국사의 과제를 실천에 옮긴 것으로 평가되는 저항적 민족주의에 대한 높은 평가는 봉건적 세계관에 의한 양반유생층의 의병활동까지도 봉건적 성향에 대한 비판보다 반제국주의적 투쟁의 의미를 강조하는 식의 역사서술로 귀결되었다. 또한 민족주의는 해방이후에 있어 남한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민족통일을 위한 ‘지도이념’으로서 최고의 가치로 추구되었다. 그러나 한국독립운동사에서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운동만을 강조하고 사회주의계열의 독립운동을 배제함으로서 분단시대, 한국사의 당면과제인 ‘민족통일을 통한 진정한 민족국가건설’을 추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대립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주의,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학계에서의 민족주의에 대한 평가는 90년대 중반이후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임지현의『민족주의는 반역이다』로 대표되는 이러한 민족주의 비판은 민족과 민족의식이 민족이라 불리는 동질적 집단의 등장에서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서구의 근대화과정, 특히 자본주의적 통합과정과 더불어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민족주의 비판은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객관적, 학문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나아가 민족주의 비판론의 입장에서는 최근 ‘國史의 해체’까지 부르짖고 있다.

한편 국제법과 정치외교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에서의 민족주의 역시 두 가지 측면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사회과학에서는 민족을 자결권을 향유하는 존재로서 민족의 자결권은 개별적 인권의 기초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민족집단을 인정하고 이를 국제법의 주체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이라 할지라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반할 수 는 없다. 만약 민족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인류의 보편성을 무시한다면 이는 국제정의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일 것이다. 또한 민족주의, 국가주의가 악용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대규모의 인권침해는 민족주의/애국주의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세계시민주의적 주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민족주의는 어떠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새로운 시대를 어떠한 모습으로 준비하여야 할 것인가. 기존의 한국 민족주의는 한국의 특수성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통일시대, 국제적으로는 세계화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21세기의 민족주의는 한국의 특수성과 전 지구적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 시민적, 또는 공화적 민족주의논의가 진행될 때만이 바람직한 민족주의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유행하고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에 기반한 탈민족주의 담론은 그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인해 비판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한말이후 아직 완성되지 못한 한국사의 목표인 반제, 반봉건과 민족통일을 바탕으로 한 근대적 민족국가의 수립이 완성되는 시점까지는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의 모습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제문은 이러한 인식아래 먼저 근대화라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나타나게 된 민족주의의 근대성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과 민족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 이러한 민족주의의 특징이 한국 민족주의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민족주의담론에 대한 세계시민주의내지 탈민족주의담론이 제시하는 주장을 통해 민족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닫힌 민족주의가 아닌 열린 민족주의가 어떠한 형태로 새로운 시대에 제시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목차

Ⅰ. 머리말

Ⅱ. 다양한 근대성으로서의 민족주의
1. 근대화의 산물, 민족주의
1) 시민적 민족주의
2) 전통적 민족주의
3) 국가주의적 민족주의
4) 사회주의적 민족주의
2. 민족에 대한 인식
1) 언어적 공동체
2) 소속의사에 의한 공동체

Ⅲ. 한국 민족주의의 역사적 전개
1. 1945년 이전의 한국 민족주의
1) 한말. 일제초기의 민족주의
2) 3.1운동 이후의 민족주의
① 민족평등주의, 공화주의(共和主義)
② 1920년대 이후, 안재홍의 민세주의
③ 1920년대 이후, 이광수의 문화적 민족주의
2. 1945년 이후의 남한 민족주의
3. 1945년 이후의 북한 민족주의

Ⅳ. 한국 민족주의의 비판과 전망
-통일시대, 세계화시대의 한국 민족주의
1. 세계시민주의와 애국주의의 갈림길에서
2. 탈민족주의와 시민적 민족주의

Ⅴ. 맺음말

본문내용

Ⅰ. 머리말
한국에 있어 가장 민감한 주제중의 하나인 민족주의는 식민지시기의 산물인 반일주의와 분단시대의 산물인 반공주의, 그리고 최근의 자주성 논의와 함께 논의되는 반미주의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민족주의가 단순히 역사적 차원에서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차원, 즉 정치적인 모습으로서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즉 민족주의를 바라보는 측면에 따라 역사학과 정치외교학이 서로 각기 다른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민족주의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가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민족주의에 대한 인식은 한국 사학계가 가지고 있던 민족주의에 대한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해방이후 남한에 있어 반공이데올로기와 함께 신성불가침한 것으로까지 여겨진 민족주의는 고려 무신정권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같은 모습으로서 정권 정당화의 도구로 사용되는가 하면, ‘성웅’ 이순신과 같이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위인들을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저항적 민족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국민’형성을 위한 국가주의적인 모습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근대사에 있어 저항적 민족주의가 가지는 절대적 가치 앞에서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은 존재할 수 없었다.

한편 민족주의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는 사학계에서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한말이후 식민지시기에 있어 한국근대사의 당면과제는 ‘反帝國主義, 反封建體制를 통한 근대 민족국가의 형성’이었다. 이러한 한국사의 과제를 실천에 옮긴 것으로 평가되는 저항적 민족주의에 대한 높은 평가는 봉건적 세계관에 의한 양반유생층의 의병활동까지도 봉건적 성향에 대한 비판보다 반제국주의적 투쟁의 의미를 강조하는 식의 역사서술로 귀결되었다. 또한 민족주의는 해방이후에 있어 남한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민족통일을 위한 ‘지도이념’으로서 최고의 가치로 추구되었다. 그러나 한국독립운동사에서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운동만을 강조하고 사회주의계열의 독립운동을 배제함으로서 분단시대, 한국사의 당면과제인 ‘민족통일을 통한 진정한 민족국가건설’을 추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대립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주의,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참고 자료

1.『한국독립운동사연구』15집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2000)
(특집) 국제화시대 한국 민족주의의 성찰과 전망
1) 박찬승,「일제 지배하 한국 민족주의의 형성과 분화」
2) 서중석,「냉전체제와 한국 민족주의의 위상」
3) 김영한,「국제화시대 한국 민족주의의 진로」
2.『역사문제연구』4집 (역사문제연구소, 2000)
(특집) 한국민족주의: 저항이데올로기인가 지배이데올로기인가
1) 임지현,「‘전지구적’ 근대성과 민족주의」
2) 윤해동,「한국 민족주의의 근대성 비판」
3) 서동만,「북한체제와 민족주의」
4) 종합토론,「왜 민족주의가 문제인가」